입력2006.04.02 00:16
수정2006.04.02 00:18
유대 민족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2천년 동안 '유랑생활'을 해 왔다.
그러면서도 그들만의 민족성을 바탕으로 각종 기술과 학문,경제력을 면면히 유지해 오다 20세기에 들어 민족의 숙원인 '이스라엘'을 건설했다.
유대 민족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정치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유대교'와 유대인 율법학자들이 사회의 모든 사상(事象)에 대해 구전·해설한 것을 집대성한 경전 '탈무드'라는 두가지의 정신적 지주를 지켜왔던 것이 결정적 힘이 됐다.
유대인의 모든 가장들은 태고적부터의 '가부장제'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가장들에게는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하나의 '의무'가 있었다.
바로 자손들에게 매일 저녁 지혜의 경전인 탈무드를 교육하는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만의 방식을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선조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새로운 지식과 효과적으로 결합한 국민성은 오늘날의 '작지만 강한 나라' 이스라엘을 건설하는 밑바탕이 된 것이다.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지식경영이 도입돼 조직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형식적 지식과 함께,구성원들의 업무경험에서 쌓인 노하우를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기업의 성과를 올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특히 IMF 이후 기업 금융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 글로벌 스탠더드가 지상 과제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젊은 경영인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 가운데,과거의 경험·노하우에 의한 경영관리 방식은 구시대적인 것으로 인식되며 소외 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21세기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지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한가지 유의할 것은 과거 조직구성원들의 업무활동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특히 경영의 지혜 등이 희생되고 있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지구촌에 풍미되고 있는 서구적 지식은 과거의 '온정적인 경영방식'에서 '시스템적인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싹트고 있고,조직에 대한 충성심의 약화 등 여러 가지 부정적 측면도 발생하고 있다.
'경영이란 사람을 움직이게 해 기업이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최대한의 성과를 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지식과 지식을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또 그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조직의 발전에 모두 쏟아부을 수 있는 '신뢰경영''신바람 경영'등 지식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요소도 필요하다.
특히 최근엔 '지혜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등장해서 지식경영이 갖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하고,나아가 구성원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실용적 지식인 지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즉 기존의 지식경영에서 소외됐던 사람의 개별 역할에 많은 의미를 두고,구성원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익힌 지혜를 보다 효과적으로 조직의 성과에 이바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식경영을 중시하는 문화는 사회와 조직을 이끌어 가는 필요조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자체가 필요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원조인 미국에서도 CEO를 선발할 때 지혜의 중요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유럽 국가의 많은 기업들은 오랜 역사를 통해 얻어진 경험과,새로운 세대의 혁신적 사고를 조화롭게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가장 중요한 기업의 지식은 바로 기업 내부 구성원에게서 나온다는 인식하에 이들이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검토할 때가 된 듯하다.
아울러 '지식'과 함께 '지혜'도 같은 크기로 중시하는 사회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고사성어와 아울러,지식경영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 교수의 "영리함은 오늘을 움직이고 있으나,지혜가 모든 것을 견디게 했다"라는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