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을 겪은 대표적인 국가로 중남미와 일본이 꼽힌다. 이들 국가가 10년 동안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이른바 5대 함정(trap)에 빠졌기 때문이다. ◇ 5대 함정이란 =무엇보다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주체들이 반응하지 않아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정책함정(policy trap)'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들 국가가 쉽게 접근하는 금리인하 정책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경기회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책함정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려 소비나 투자를 하지 못하는 '빚의 함정(debt trap)'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문제도 최종목표인 수익성.경쟁력 개선여부와 관계없이 구호만 반복적으로 외치는 '구조조정 함정(structure trap)'에 빠져 있는 점도 공통적이다. 어떤 나라가 이런 상황에 놓이면 불확실성이 증대된다. 그 결과 예측기관들은 전망이 또다른 전망을 불러 일으키는 '불확실성 함정(uncertainty trap)'에 빠지게 된다. ◇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모든 정책이 무력화 단계에 처해 있다. 일본 국민들은 미래가 불확실함에 따라 어떤 정책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 상태다. 개혁과 구조조정 문제를 10년 넘게 외쳐 왔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다.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대내외 전망기관들도 일본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가장 많이 수정 전망을 해오고 있다. ◇ 우리는 어떤가 =정도차는 있으나 우리나라도 5대 함정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계의 높은 부채부담이 문제다. 우리 가계의 경우 소득중 세금을 뺀 실제 쓸 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의 10.7%를 단순히 이자를 갚는데 사용해 일본(3.2%) 미국(3%)보다 세배 이상 높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의 부채문제는 미국처럼 '과소비형 파산'보다 일본식 '불황형 파산'의 모습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갈수록 소득보다 빚이 빠르게 늘어나 각종 정책들이 먹혀들지 않고 있어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위험이 충분히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