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미지가 되레 상품경쟁력 위축" ]



'한국산 일등 상품이 보다 많이 전세계 시장을 누비고 한국이 21세기 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이미지 개선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과 산업자원부가 함께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와 밸류코포레이션 공동 주관 행사로 24일 열린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국가이미지 제고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전세계 시장에 구축한 '일류 기업'의 이미지를 '한국'이라는 국가이미지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21세기 선진국 진입이 영원히 어렵다는 얘기다.



◇ 국가이미지가 상품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상품을 한번도 구입한 적이 없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지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난 실정이다.


일본과 구분하기 힘든 '리틀 재팬'쯤으로 생각하는 외국인도 상당수에 달한다.


실제 지난해 산자부와 국제경영전략연구원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발전을 아느냐'는 질문에 한국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70.2%가 '안다'고 대답한 반면 상품구입 경험이 없는 사람은 29.8%만이 '안다'고 답했다.


또 한양대 경제연구소의 주요 국가 평판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존경도는 일본 중국에 뒤질 뿐 아니라 대만 멕시코 말레이시아와도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 공업국의 대표주자로 자부하는 한국이지만 대외적인 평판은 선진국은 물론 일부 개도국에도 뒤떨어지는 취약성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가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서둘러 추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호감 가는 나라' '가고 싶은 나라'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게 국가이미지를 높이면 상품과 서비스 수출 확대 및 국가 위상 제고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병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좋은 국가이미지는 홍보나 마케팅이 누적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국제거래 형성을 쉽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경제주체가 이제부터라도 국가이미지 개선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외국은 국가이미지를 어떻게 바꿔가나 =정경원 디자인진흥원장은 국가이미지를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구매를 촉진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정의했다.


그는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스위스의 알프스산맥, 중국의 만리장성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훌륭한 이미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발 나아가 세계 각국은 현재 인위적으로 국가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영국은 블레어 총리가 취임한 직후부터 국가의 정체를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대영제국 산업혁명 럭비 등으로 연상되는 영국의 이미지를 21세기에 맞게 '젊은 미래의 나라'로 개조하기 위해서다.


영국이 꿈꾸는 새로운 국가이미지는 지구의 중심축, 창조적인 섬나라, 도전적인 사업가 정신, 조용한 혁명의 역사 등이다.


일본 역시 2차대전의 폐허를 딛고 매력있는 국가로 도약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디자인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국가이미지를 한층 높였고 전통과 문화예술의 세계화를 통해 일류국가로 도약했다.


이 과정을 통해 50년대 '모방의 천재' '경제적인 원숭이'로 조롱받던 일본은 소니 야마하 도요타 등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뉴질랜드는 자국산 제품이 품질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나서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관 합동으로 엄격한 품질 관리를 하고 수출업계가 함께 해외 마케팅을 강화, 값비싼 뉴질랜드 제품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지적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