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그린(Dr. Green)'과 '미스터 스펀(Mr. Span)'중 누가 이길까. 그린 박사는 증시를 살리려는 증시구원자이고 스펀은 증시를 죽이려는 증시 킬러이다. 둘은 지금 미국 증시를 무대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그린스펀(Greenspan)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면성을 나타내는 가상 인물들. 그린 박사는 금리를 내려 증시를 살리고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애쓰는 그린스펀 의장의 반쪽을 상징한다. 스펀은 금리를 올려 증시와 경제를 망쳐버린 그린스펀의 다른 반쪽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인 셈이다. 싸움은 스펀이 시작했다. '스펀 의장'은 미국 경기가 너무 뜨겁다며 1999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금리를 올렸다. 과열된 경기를 식히지 않으면 경제가 폭발해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며 1년동안 6차례에 걸쳐 금리를 1.75%포인트 인상했다. 이 금리인상으로 미국 증시는 내리막길로 들어섰고 경제는 급격히 둔화됐다. 경기 둔화 속도가 너무 빨라 마이너스 성장의 침체(recession)를 염려할 정도가 되고 말았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그린 의장'이 분연히 일어나 '스펀 의장'을 저지했다. 그린 박사는 경기침체를 막고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인하에 나섰다. 올 1월3일 0.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금리를 2.75%포인트 내렸다. 그린 박사의 반격은 그러나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1년여전의 반토막도 못되고 다우지수는 내리막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펀의 선제공격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그린 박사는 전열을 가다듬어 한번 더 스펀을 코너로 몰아붙일 준비를 하고 있다. 8월21일에 금리를 또 내릴 참이다. 그동안 다섯번이나 강펀치(인하폭 0.5%포인트)를 날린 까닭에 지금은 힘이 좀 빠져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지난 6월27일처럼 좀 약한 펀치를 날릴 것 같다. 한달후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증시는 살아날 수 있을까. 세상은 그린 박사의 역전승을 고대하며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