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업계에 일고 있는 통합화.대형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일본 철강업계 2위인 NKK와 3위인 가와사키제철은 오는 2003년 4월 합병키로 발표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두 회사의 조강 생산규모는 연 3천3백만t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는 현재 일본 최대 철강사인 신일본제철의 조강생산량 연 2천9백만t을 추월하는 수준이다. 신일철도 조만간 스미토모금속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조강생산량은 연 4천1백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일철과 스미토모의 합병이 성사되면 지난 2월 통합을 발표한 유럽의 유지노.아베드.아세랄리아 통합법인(연 4천5백만t)에 이어 세계 2위의 철강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또 NKK와 가와사키는 단숨에 3위로 올라선다. 반면 지난 98,99년 조강생산 세계 1위에 올랐다가 지난해 2위로 떨어진 포철은 4위(연 2천8백만t)로 처진다. 일본 철강업계가 대통합에 나선 것은 지난 70년 후지제철과 야와타제철이 합병, 신일철을 탄생시킨 이래 31년만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경쟁력 강화가 큰 이유다. 실제 일본의 대표적인 철강 5개사인 신일철, NKK, 가와사키, 스미토모, 고베제강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는 포철의 순이익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포철이 지난해 1조6천억원의 순이익을 낸데 비해 5개사는 총 1천1백억엔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게다가 일본 제철업계의 생산규모는 연 1억3천만t에 달하나 내수는 7천만t에 불과해 통폐합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포항제철은 통합이 아닌 제휴로 이에 맞서고 있다. 일본의 신일철, 중국의 상하이 바오산강철 등과 제휴했다. 지난해 8월 포철은 신일철과 상호주식보유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신일철은 포철 지분 3%를 취득했다. 포철은 신일철이 포철주식을 산 금액만큼의 신일철 주식을 현재 꾸준히 취득하고 있다. 바오산강철과는 각각 2천5백만달러어치의 주식을 사서 상호보유키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상태다. 바오산강철 주식이 미국 뉴욕증시 등에 상장될 경우 이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포철이 두 회사와 상호주식보유 계약을 맺은 것은 주식보유 이상의 의미가 있다. 향후 공동 기술개발, 제3국에서의 협력사업 추진, 정보통신기술 및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유럽 및 다국적 철강사들의 아시아시장 공략에 대응하고 주도권을 유지하자는 목적도 있다. 이같은 세계 철강업계의 합종연횡과 제휴는 크게 보면 철강의 전후방 산업이 통합되는 추세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철강의 주요 수요산업인 세계 자동차업계의 경우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이 인수.합병 등으로 구매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내부적으로는 설비 축소 또는 폐쇄를 통해 고질적인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 철강업계의 통합화와 대형화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