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26
수정2006.04.01 23:28
"메이드 인 코리아"제품중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제품은 과연 몇개나 될까.
한국인들이 도소매 업계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 가발조차도 실제 제품은 대부분 중국제다.
1등을 기록하는 한국산 제품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 교도소에 가면 "1등 한국"을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이 보는 TV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단연 1위다.
연간 10만대가량 팔리는 죄수용 TV중 6만대 정도가 KEC(옛 한국전자)의 미국 현지법인인 KTV에서 판매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서쪽에 있는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소규모 공단 안에 있는 KTV가 죄수용 텔레비전을 팔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전자기기 제품의 경우 틈새시장만 공략한다는 본사 전략의 일환이었다.
각종 생필품을 교도소에 판매하는 에이전트와 접촉해 겨우 창구를 뚫었고 이젠 교도소로 나가는 판매량이 현지법인 전체 매출 약 1천5백만달러의 35%를 차지한다.
나머지 일반 판매분 가운데 60%가 레저 차량에 부착하는 TV이고 5%를 CCTV 모니터가 차지한다.
죄수용 TV는 일반 가정용 TV와는 다르다.
브라운관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모두 투명하게 처리돼 TV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만들어진 것.
TV 속에 마약이나 흉기들을 감추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크기도 소형인 10∼12인치형이 대부분이다.
교도소 시장은 특징이 있다.
수요 변동이 심하지 않고 계절적인 요인이 없다.
현재 미국의 죄수가 1백40만명 정도로 적지 않은 시장인데다 연평균 5∼10%의 꾸준한 신장이 전망되는 안정된 시장이다.
죄수 숫자에 비례해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접근하기 쉬운 시장은 절대 아니다.
생리를 잘 알아야 한다.
KTV의 기술 부문을 맡고 있는 조춘래 부장은 '교도소 비즈니스의 핵심은 품질'이라고 강조한다.
죄수들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데다 교도소를 자주 옮겨다니는 만큼 입소문이 매우 빠르다.
때문에 품질에 조금만 하자가 있으면 금방 소문이 퍼져 절대로 사지 않는다.
결국 '단순하지만 튼튼하고 질좋은 제품'만이 교도소 내에서 팔린다는 설명이다.
KTV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바로 이런 품질 때문이다.
이 회사 TV의 불량률은 0.7%선.
다른 업체들의 평균 불량률 3∼5%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미국 교도소는 주(州)별로 TV 시청을 허용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교도 행정과 관련한 정보를 정확히 수집하기가 힘든 게 가장 안타깝다"는 조 부장은 "매출 증대를 위해 남의 나라 범죄가 늘어나는 것을 바랄 수도 없고…" 라며 웃는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