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서모(56)씨는 16일 개장 전 모처럼 평소 거래하던 D증권 강남역 지점을 찾았다. 지난 주말까지 3일 연속 오른 나스닥 지수가 "혹시"하는 기대감을 발동시킨 탓이다. 객장은 한동안 찾지 않은 사이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어 한산한 느낌마저 줬다. '괜한 기대감이었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삼성전자와 은행주,기타 개별 종목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서씨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보다 좋게 나왔다는 소식과 미국 미시간 지역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달 92.6에서 93.7로 올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 있다는 점에 약간 고무돼 있었다. ◇반도체주에 달렸다=주가는 시세판을 붉게 물들이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순매수로 돌아섰던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점과 삼성전자가 여전히 맥을 못추고 출발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행여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낙폭이 커지면서 10시께 6포인트 이상 올랐던 종합주가지수가 11시30분이 되면서 마이너스로 되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답답하던 차에 평소 자문을 구했던 부지점장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주가가 왜 이래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때문에 분위기가 영 안좋습니다" "미국 시장이 좋았잖아요" "미국 시장 영향력이 큰 건 사실이지만 그 쪽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예요. 더구나 '아르헨티나다,신흥시장 위기다' 는 얘기가 자꾸 입에 오르는데 투자심리가 풀리겠어요? 증권사에서 이런 얘길 하면 안되지만 매매를 하면 할수록 물리는 장입니다" 몇 마디 더 나누고 점심을 먹고 돌아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6천5백원이나 떨어졌던 삼성전자의 낙폭이 줄고 통신주가 분발하면서 종합주가지수도 빨간색 파란색을 넘나들고 있었다. ◇멀어지는 시장의 관심=오후 들어 객장에 다시 앉았지만 시세판에 흥미가 떨어졌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장중 특별한 재료도 찾을 수 없었다. 거래량도 2억주를 크게 넘기긴 힘들어 보였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기어코 '4'자를 봐야 되겠구먼" 지수가 400대까지 충분히 밀려야 이 지루한 횡보가 끝날 것이라는 자조처럼 들렸다. 저 쪽 한 편에선 이미 시세판에 등을 돌린 3∼4명 사이에서 부동산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돈이 부동산으로 간다더군요. 특히 경매로 건물을 싸게 사서 다가구 주택으로 개조해 임대를 놓는 게 재미가 좋다네요. 한 14% 수익은 무난하다더군요" "코스닥은 어때요?" "거래소 시장의 데이 트레이더들이 그 쪽으로 다 몰려갔데요. 등락도 커서 재미봤다는 사람 말도 들어봤지만 워낙 위험하니까 저희 같은 사람이야…" ◇낙폭 과대 종목에 한정한 신중한 매매 필요=장이 끝난 뒤 아까 그 부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까지 이런 장이 계속될까요" "계속 제자리 걸음이라 감을 잡기 힘들어요. 전문가들도 반도체 경기 저점 시기를 자꾸 늦추고 있어요. 최소한 여름이 지날 때까지는 신중하셔야 됩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낙폭이 과한 종목들이 있긴 합니다만… 백화점주나 보험주 제약주 같이 실적은 뒷받침되고 있지만 최근 외부적인 악재로 조정을 받은 종목들이죠" 돌아가는 길에 서씨는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하늘이 꼭 증시 같다"고 내뱉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