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리모델링이 시공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본원 리모델링은 국내 유일의 대형 종합병원 리모델링 사례다.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에 자리잡고 있는 이 병원은 지난 67년 착공돼 79년 준공됐다. 병원이라는 특수성 탓으로 지난 89년 시작된 리모델링 공사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다. 현대리모델링은 건물을 통째로 개·보수하거나,2개층씩 묶어 손보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입원 환자들이 사용하는 병동부는 건물 단위로 공사하고,외래부 수술부 등은 상황에 따라 부분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종합병원 리모델링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어떤 건물보다 조심해야 할 게 많다는 점이다. 병원은 24시간 상주하는 입원환자와 진료를 받으러 온 외래환자로 항상 붐빈다. 공사 도중 발생하는 미세한 먼지도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도 환자에게는 악영향을 준다. 현대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공사 진행보다 환자를 우선하는 공사계획을 짜느라 고심해야 했다. 의료진이나 환자가 다니는 길과 시공자 장비운반차량 등이 다니는 길을 따로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했다. 미세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첨단 의료기기를 다루는 일 역시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공사 내용은 수시로 변경된다. 의료진의 요구에 따라 설계가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시공사와 의료진간 또는 의료진간의 의견 차이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때도 더러 있다. 현대리모델링은 '공사와 병원 운영의 병행'및 '의료장비관련 계획'을 병원 리모델링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전자의 경우 병원 운영에 아무 지장이 없도록 공사를 한다는 것이 모순이다. 하지만 시공사 입장에선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운영의 묘를 찾아야 했다. 현대리모델링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병원측과의 보조를 맞추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환자 이전,의료장비 배치 등에 대해 긴밀하게 협조해야 시행착오와 시간낭비를 줄일 수있기 때문이다. 의료장비와 관련한 계획도 주도면밀하게 세워둬야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최신의료기기 자동화설비 클린룸 등이 늘어나고 있다. 설비및 장비의 교체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고 있어 교체·수리·추가시 쉽게 작업할 수 있는 설비 공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현대리모델링 관계자는 "병원 리모델링의 성패는 기획단계에서 판가름 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동선 확보,공사 순서,환자 이주,환자 피해 최소화대책 등을 철저히 마련한 뒤 공사 스케줄을 조율해야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된다는 것.또 미래기술의 발전과 수요를 예측하는 혜안,상황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순발력,인원및 자재동원 능력 등도 병원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