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보면 눈에 띄는 광고가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맥주 시장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는 하이트맥주의 광고다. 하이트는 최근 경영권을 2세로 넘긴 후 "브랜드 키퍼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브랜드 키퍼주의는 모든 제품의 상표에 제조연월일 생산라인 제조시간 생산담당자 등을 표기하는 것으로 브랜드 경영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기업을 비교해 보면 전사적으로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은 경쟁사에 비해주가도 높고 영업 실적도 좋다. 2001년 상반기에 브랜드스타로 선정된 기업들은 업종별 최고 기업으로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입증하고 있다.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의 애니콜,MP3플레이어 yepp,데스크탑 매직스테이션,노트북 센스,TV 파브 등 5개가 브랜드스타에 포함됐다. 특히 애니콜의 경우 브랜드스톡(www.BRANDSTOCK.co.kr)에 상장된 2백90개의 브랜드중 주가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의 글로벌 마케팅팀에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해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있다. 최근에도 TFT-LCD 모듈을 장착한 제품에 "WISE VIEW"라는 브랜드를 붙이는 부품의 브랜드화를 전세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CPU 제조업체인 인텔의 "INTEL INSIDE"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기업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휘발유 아파트 전자부품 농산물 공공기관 등 거의 모든 업종과 제품으로 브랜드화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화장품 메이커인 LG생활건강은 최근 인터넷 시대를 맞아 인터넷 전용 브랜드인 "이튠(ETUNE)"을 출시해 네티즌을 공략하고 있다. 초고속망 통신 업체들은 서비스 상품을 메가패스 하나포스 멀티플러스 등으로 브랜드화해 경쟁하고 있다. 심지어 경남 의령군같은 작은 자치단체도 아카시아 꿀을 브랜드화해 팔고 있을 정도다. 브랜드스톡의 임창배 실장은 이에 대해 "대중 소비시대를 맞아 상품과 서비스는 넘쳐나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할 때 혼란을 겪는 소비자는 결국 제품 자체 보다는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 기업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실제로 브랜드가 회사를 살린 경우도 많다. 외환위기전 무리한 과잉 투자로 부도를 냈던 진로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여전히 소주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해태제과가 청산가인 1천3백억원보다 3배가 넘는 4천9백억원에 외국사에 팔린 것도 바로 브랜드력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고 경영자(CEO)의 능력도 자사 브랜드를 얼마나강하게 키우느냐로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CEO 마케팅을 펼쳐 최고 경영자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회사의 토털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상장기업의 경우 CEO의 브랜드력이 우수한 회사 주가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에도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한 전문 경영인으로 펑가받던 한국전기초자의 서두칠 사장이 일본측 대주주와의 갈등으로 돌연 사퇴를 표명하자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기업이 생존경쟁에서 이기려면 브랜드 자산의 구축과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결국 기업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CEO가 전사적으로 브랜드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브랜드 전담 조직을 두고 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고 브랜드로 평가받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관리 시스템은 우리 기업들이 참고할만 하다. 코카콜라는 전세계 95개국에서 합작투자 등의 방식으로 영업을 하지만 브랜드와 관련된 의사 결정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본사에서 통제하고 조정한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이런 의미에서 CBO(Chief Brand Officer)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철호 성신여대 교수(산업정책연구원장)은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투자와 관리의 결과물"이라면서 "한국의 최고 경영자들은 하루빨리 기업 조직을 기존의 제품 매니징 시스템에서 브랜드 매니징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