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약 1년간의 작업을 거쳐 6개 분야의 기술로드맵을 제시했다. 정부는 세계 시장에서의 성장성과 우리의 경쟁가능성을 고려해 우선 1차적인 로드맵 대상분야로 단백질(바이오분야) 디지털가전 무선통신기기 광섬유(정보통신분야) 전지(환경.에너지분야) 로봇(사회.복지분야) 등을 선정했다. 앞으로 10년간을 내다보고 반도체 이후를 이어갈 차세대 주력제품을 개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차세대 산업기술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기술로드맵을 7회에 걸쳐 시리즈로 연재한다. ◇ 기술로드맵 왜 작성하나 =기술로드맵은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회나 위협요인, 핵심 제품의 수요, 기술적 대안과 그 장.단점을 담고 있다. 이것이 전제되면 동일한 기술에 대한 과도한 투자나 다른 중요한 기술을 간과하는 일을 피할 수 있고 핵심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할 기회를 제공하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기술로드맵은 정부 차원에서는 연구개발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능케 하고 산업 차원에서는 정보 공유와 공동연구를 촉진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로드맵을 본격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대 들어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이 10∼20년을 내다보는 기술 예측을 실시하긴 했지만 정부나 민간의 활용도는 극히 낮았다. 단발성으로 끝난데다 후속 로드맵이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로드맵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정부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기술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택과 집중전략' '기업-대학-연구소간 협력' 등은 기술로드맵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구체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 6대분야 선정 배경 =우선 단백질 제품 기술로드맵은 연구 자원의 결집 차원에서 나왔다. 유전자 해석 이후 즉 포스트 게놈시대의 경쟁에서는 단백질 구조와 기능 연구가 긴요하지만 기초 응용 개발연구의 동시 진행과 산ㆍ학ㆍ연 협력이 관건이다. 디지털가전 무선통신기기 초고속통신망을 가능케 하는 광섬유 등 로드맵은 포스트 PC 이후를 겨냥했다. 이 분야의 빠른 기술 발전과 기술융합화 추세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시장 선점을 위한 표준 경쟁이 '세(勢)의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드맵은 여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전지 로드맵은 전지가 정보통신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형성하게 될 엄청난 시장규모를 전제로 했다. 이렇게 응용 범위가 넓은 경우에 기술로드맵은 매우 유용하다. 새로운 기술적 기회를 포착케 함으로써 연구개발을 촉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수요 증대로 인해 막대한 시장이 형성될 로봇 분야의 경우도 전지와 마찬가지로 응용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이 로드맵 작성의 필요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 선진국에선 어떻게 하나 =모토로라 등 선진 기업들의 경우 기술로드맵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나 산업 차원에서도 로드맵 작성이 활발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미국 에너지부의 9개 산업에 대한 기술로드맵, 캐나다 정부의 항공산업에 대한 기술로드맵 등이 유명하다. 산업 차원에서는 1992년 미국 반도체협회의 로드맵 작성이 대표적이다. 이 로드맵은 세마테크(SEMATECH)라 불리는 반도체 컨소시엄의 이정표가 됐고 이를 계기로 화학 철강 유리 알루미늄 등 여러 업종에서 로드맵이 작성됐다. 최근에는 미국 전자업계의 기술로드맵이 발표돼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런 기술로드맵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유럽연합 이스라엘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 앞으로의 과제는 =우선 중요한 것은 로드맵은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데 활용돼야 한다. 또한 기업간이나 기업 대학 연구소간의 공동연구와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로드맵의 실질적인 효용이 증명되면 참여자가 많아질 것이고 이는 역으로 로드맵의 가치를 높여 줄 것이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