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인터넷 거품붕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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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기술주 거품의 극적인 붕괴는 인터넷의 중요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불과 1년6개월전만 해도 인터넷은 산업혁명 이래 가장 커다란 변화이며 전기나 전화보다 생산성에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돼 왔다.
심지어 'e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극단적인 슬로건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 거품의 붕괴로 이같은 슬로건에 적절한 수정이 가해지거나 아예 폐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열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인터넷과 그와 관련된 신기술들이 마술처럼 영원하고 급속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보통사람들은 컴퓨터나 통신이 원하는 것보다 천천히 변화하며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원하는 것만큼 새로운 사업모델을 잘 그려내지도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1999년이나 지난해 초의 낙관된 전망이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의 완전한 폐기를 외치는 현재의 우울한 상황도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점이다.
인터넷 붐과 거품붕괴는 인터넷과 관련 신기술이 반드시 빠른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주었다.
그러나 e비즈니스가 기존 기업의 체제전환에 때로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긍정적인 교훈도 제시하고 있다.
신문이 대문짝만하게 B2C(기업 고객간 전자상거래)와 B2B(기업간 전자상거래)기업들의 붕괴를 떠들더라도 역사가 깊은 대기업들이 조용히 새로운 목적에 신기술과 인터넷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효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을 채택한 전통있는 대기업들 가운데는 미국기업(GE,엔론)부터 일본기업(세븐일레븐),제조업(발레오)부터 금융서비스(메릴린치),이머징마켓(시멕스)부터 선진국시장(지멘스)까지 폭넓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인터넷 활용법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GE의 납품업체 네트워크화,지멘스의 기업간 지식공유,시멕스의 해외진출,세븐일레븐의 독자적인 전자네트워크 구축,메릴린치의 외부위협에 대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회사에서는 공통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훈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터넷이 제공하는 '비용절감'효과의 광범위한 활용이다.
GE는 현재 모든 B2B시장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큰 자체 온라인 시장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멘스도 인터넷의 활용으로 연간 비용을 3∼5%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틀에 박힌 구매를 e조달과정을 통해 진행하면 주문당 비용을 10분의1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 다른 교훈은 초기 예상과는 달리 인터넷이 선발업체에 엄청난 프리미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비교적 뒤늦게 조심성을 가지고 채택한 업체들이 후발업체라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며 오히려 선발업체들의 실수와 막대한 비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순수 인터넷 소매업체들을 기존업체들이 비교적 쉽게 따라 잡았으며 인터넷이 진입장벽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문턱을 낮췄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영국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가 미국의 세이프웨이에 전자구매시스템을 판매하기로 한 가운데 가장 야심적이고 자본력이 큰 온라인 식품점체인인 웹밴이 파산했다는 소식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마지막 교훈은 인터넷이 도입되는 곳마다 경쟁이 더욱 격화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인터넷과 신기술의 수혜자가 기업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은 이뤄지겠지만 엄청난 이윤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쟁격화,투명성 강화,진입장벽 완화 등을 통해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큰 인터넷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인터넷도 전기 자동차 전화가 촉발시킨 초기 혁명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 같다.
기업들이 이같은 신기술의 활용법을 습득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회사들이 신기술 습득을 하게 되자 특히 오래된 기업에서 작업습관과 사업구조가 변화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가장 큰 승리를 맛본 것은 확실히 기업이 아닌 생활의 질이 향상된 '소비자'였다.
이같은 사실은 신기술과 인터넷이 오늘날에도 계속 존속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또 인터넷이 발전할 가치가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한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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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Older,wiser,webbier'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