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대부분 승자의 기록이다. 반면 패자는 반역자나 모반자로 낙인찍혀 역사의 비주류로 폄하된다. '모반의 역사'(세종서적,1만원)는 한국역사연구회의 젊은 연구자들이 승자의 입장에서 왜곡돼온 한국사의 반역사건을 재조명한 책이다. 묘청 정중부 홍경래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17명의 모반자를 선정,그들의 꿈과 야망,좌절된 족적을 더듬었다. 이들 역모자는 단순한 정권욕에 사로잡힌 경우도 있지만 대의를 위해 감연히 일어선 사람도 적지 않다. 정여립(1546∼1589)은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중기의 군주제 사회에서 "천하는 공물(公物)이니 어찌 일정한 주인이 있으리요" "누구를 섬긴들 임금이 아니리요"라는 혁명적 주장을 폈다. 반면 신라 선덕여왕의 즉위를 문제삼아 반역을 꾀한 비담,'십팔자(十八子,李씨)'가 왕이 된다고 믿고 난을 일으킨 고려의 이자겸,무인정권 시대를 연 정중부 등은 오로지 권력을 위해 역모를 일으킨 경우다. 저자들은 "승자의 영광만이 아니라 실패한 쓰라림의 역사도 좋은 교훈과 올바른 역사관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