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혼조양상을 보이면서 속앓이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종목선정도 어렵지만 기껏 오르는 종목을 샀더라도 조금 더 오르겠지라는 생각에 매도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주가가 하락할 때는 곧 반등할 것이라는 집착 때문에 손실폭이 확대되기 십상이다. 투자를 도와주는 각종 지표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일일이 해석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시스템 트레이딩(System Trading)"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성능 컴퓨터의 보급이 확산되고 데이트레이딩 기법이 정교해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스템 트레이딩=주가나 거래량 추이 등 과거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해 지표나 투자전략의 유효성을 검증한 뒤 매매신호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투자방식이다. 따라서 투자자의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하게 매매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증권사에 따라 사용방법이나 활용도는 조금 다르지만 매수.매도타이밍을 자동적으로 알려주는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매매타이밍은 갖가지 기술적지표에 의해 도출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일정한 수식을 입력,특정한 조건에 부합하는 종목이 나타나면 투자자들에게 매수나 매도주문 신호를 알려준다. 자동으로 매수.매도주문이 나가게 할 수도 있다. 어떤 서비스가 있나=신흥증권의 "시스템트레이딩 프로",제일투신증권의 "예스트레이더",교보증권의 "앵커스팟"이 대표적이다. 또 증권전문 사이트인 팍스넷이 유료서비스인 "팍스매매신호"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시스템트레이딩의 수요가 늘어나자 시스템 트레이딩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인공지능형 시스템트레이딩 프로그램인 "사이보스 트레이더" 서비스를 내놓았다. 투자자들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전략을 세우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매수.매도 신호를 포착,매매할 수 있게 해준다. 교보증권도 20일부터 기존 "앵커스팟"시스템의 기능을 보완한 "앵커스팟 "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증권 LG투자증권 등도 자사 홈트레이딩 시스템에 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방법=대상 종목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종목과 시장의 국면을 분석하고 추세국면인지 비추세국면인지 변동성국면인 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시스템 트레이딩은 개별종목의 펀더멘털보다는 추세나 거래량등 기술적 지표를 위주로 매매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확보된 종목을 고르는게 좋다"고 말했다. 유통물량이 적은 주식은 매매신호가 나와봐야 헛일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방향성이 없는 종목은 시스템 트레이딩을 적용하기 힘들다. 물론 부도위험이 높은 종목도 제외해야 한다. 종목을 고른 뒤엔면 매매조건을 입력하게 된다. 매수가격과 매도가격을 정할 수 있으며 매수가 대비 일정폭 상승하면 매도하도록 지정할 수도 있다. 또 매수가보다 몇% 하락하면 즉시 매도하는 손절매도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자신의 투자성향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데이트레이딩을 할 지,아니면 최소 1주일 이상 주식을 보유할 지를 명확히 해야 매매조건을 제대로 입력할 수 있다. 보통 시스템 트레이딩은 1주일내에 승부를 내는 단기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장기상승 국면에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때문이다. 잦은 매매를 통해 수수료가 많이 나간다는 점도 장기 투자자에겐 부적합하다. 과거의 데이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을 앞서가지 못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초기조건이 시장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잦은 매매로 인해 손실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따라서 시스템트레이딩을 맹신하기보다는 하나의 투자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