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천억원대에 달하는 황금노선 배분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달말 완료될 노선배분 경쟁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에 따라 향후 항공사의 경영실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선 배분권을 쥐고 있는 건설교통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노선을 배분한다는 방침이지만 두 항공사를 모두 만족시킬 뾰족한 묘책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노선배분이 끝난 뒤에도 어느 한쪽에서 건교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등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3일 건설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배정될 항공노선은 일본 홍콩 중국 베트남 벨기에 멕시코 아랍에미리트 등 10개국. 이 가운데 관심의 초점은 단연 도쿄와 홍콩노선이다. 이 두 노선은 평균 탑승률이 90%에 육박하는 데다 2002년 월드컵 개최의 덕도 톡톡히 볼 수 있어 황금노선중 황금노선으로 꼽힌다. 주 21회가 예정돼 있는 서울∼도쿄노선과 주 8회인 각 지방∼도쿄노선은 1천5백억원대의 운임수입을 보장해 주는 핵심노선이며 홍콩노선은 5백억원대에 이르는 짭짤한 비행기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4년간 건교부는 여객기 주간운항 기준으로 대한항공에 22회,아시아나항공에 1백28회로 편파적으로 배분했고 수익노선인 일본노선은 대한항공에 3회,아시아나항공에 42회로 나눠줘 대한항공은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이번 배분에서는 대한항공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측은 "보유항공기가 1백11대로 아시아나항공(58대)보다 두배 가까이 많지만 총 주간운항 횟수는 3백19회(5월말 기준)대 2백64회(대한항공의 87% 수준)로 비슷해졌다"며 이는 정부가 형평성을 잃고 아시아나항공을 집중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또 "98년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수익성이 뛰어난 일본노선이 집중 배분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선수가 17대 17로 같아졌고 주간운항 횟수도 1백29대 1백7로 별 차이가 없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후발주자로서 경영에 어려움이 많고 항공발전을 위해 후발주자도 적정수준으로 키워야 고객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일본노선의 우선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중국화물기 추락사고로 제재기간인 1년6개월동안 신규노선을 아시아나가 독점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매출액(지난해말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7.3(대한항공)대 2.7로 격차가 커 이번 노선배정에서 최소한 6대 4로 아시아나에 더 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특히 "대한항공은 대규모 좌석을 가진 대형항공기로 중장거리를 뛰는 노선이 많다"며 "일본노선과 같은 단거리노선은 아시아나항공에 우선 배정하는 기존의 정책이 고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항공사의 경쟁이 점차 가열되자 건교부는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원칙론만 강조한 채 입단속에 나선 상태다. 건교부는 일단 단거리노선은 아시아나항공에, 중장거리노선은 대한항공에 배정한다는 기존 틀을 이번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1년6개월동안 노선권 배분에서 제외됐던 대한항공을 배려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건교부내 입장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달 중순께 노선 신청 등의 절차가 시작되면 두 항공사들간의 로비와 신경전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