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향한 목마름 적나라하게 묘사 .. 佛에르노.빌랭, 소설 동시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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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견 여성작가 아니 에르노(65)와 신예작가 필립 빌랭(32)의 소설 '단순한 열정'과 '포옹'(이상 문학동네)이 동시에 출간됐다.
실제 연인관계였던 에르노와 빌랭이 각자의 사랑과 질투,열정과 애욕을 가감없이 묘사함으로써 프랑스 문단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작품들이다.
'단순한 열정'은 파리주재외교관이던 A씨를 향한 에르노의 '눈먼' 사랑을 기록한 작품.
작중 화자인 '나'는 오직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밖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심리상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나'는 기다림의 마비상태에서 밤낮을 흘려보내고 삶조차 잊는다.
대신 실비 바르탕이나 에디트 피아프 같은 대중 가수 노래에서 뜻밖의 깊이를 발견하고 눈물을 흘린다.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은 그 남자를 통해서만 해독한다.
작가는 이처럼 단순한 고백을 통해 사랑의 미혹을 극적으로 증언한다.
이 소설은 필립 빌랭에게 소설 '포옹'을 쓰게 하는 계기가 된다.
빌랭은 대학 1년생이던 지난 92년 '단순한 열정'을 우연히 접한 뒤 에르노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녀와 함께 5년간 격렬한 애욕을 경험한다.
'포옹'은 에르노를 향한 빌랭의 욕망 탐험기이다.
'우리의 사랑은 폭력적이었다'는 화자의 회고처럼 '포옹'은 시리도록 차가운 열정을 담았다.
에르노가 '단순한 열정'속 그 남자와의 관계를 자신에게 재연하고 있다는 빌랭의 상상적 질투 때문이다.
그녀와 함께 한 매순간은 화자에게 늘 이별의 준비였고,그것은 미칠 듯한 육체적 탐닉으로 나타난다.
에르노는 빌랭과의 관계에선 주도자로 입장이 바뀐다.
기다림의 고통도 빌랭의 몫이었다.
화자는 결별 후의 심경을 '나는 너무 늦게서야 그것이 행복이었음을 깨달았고 그 사라진 세계에 대한 신호를 절망적으로 찾아 헤매고 있다'고 고백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