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있는 A 화상대화방. 통로가 좁고 10여개의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하지만 비상구가 밖에서 잠겨 있는지 안에서는 열 수 없어 화재시 사고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비상유도등과 소화기는 눈에 띄지 않은데다 4층이어서 만약의 사태 때 창 밖으로 뛰어 내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근처 B 화상대화방은 아예 비상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또 인근 빌딩 지하에 있는 C PC방 역시 소화기나 경보 시설은 물론 비상구도 갖춰 놓지 않고 있다. 서초구 D PC방의 비상구는 자동판매기로 막혀 있었다. PC방 화상대화방 콜라텍 휴게텔 번지점프장 등 청소년과 젊은층의 문화공간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당국의 '겉치레 단속'도 문제지만 생긴지 3∼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신생업종'으로 분류돼 업종성격에 맞는 안전관리 규정이 없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 구멍뚫린 안전관리 =현재 노래방 비디오방 무도장 등은 관련법률(음반.비디오.게임에 관한 법률이나 체육시설법)에 따라 구청에 등록해야 하며 이때 관할 소방서로부터 다중이용시설에 걸맞은 소방·방화시설 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PC방을 제외한 신생업종은 등록절차 없이 세무서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어 이같은 소방점검을 받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예방과의 김선영 팀장은 "대부분 신생업종의 경우 관할 소방서가 업소의 허술한 안전관리를 문제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YWCA가 지난해 6∼8월중 서울시내 PC방 1백곳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54%는 비상구를 두지 않았으며 34%는 소화기 경보기 등을 갖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PC방에 대해 관할 소방서는 시정 '권고'만 할 수 있어 단속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PC방도 다른 신생업종과 마찬가지로 세무서 신고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있어 소방안전관리가 더 허술해질 우려가 있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또 지난해 인천 분당 등지의 번지점프장에서는 줄이 끊겨 이용객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점프대의 높이, 줄의 교체시기, 점프횟수 등에 대한 안전규정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관악구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신생업종의 경우 대부분 소재파악도 힘들다"며 안전점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대책마련 시급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2만2천8백19개의 PC방이 성업중이다. 또 화상대화방 1백40개, 콜라텍 1백31개, 휴게텔 53개, 번지점프장 16개 등이 각각 영업을 하고 있다.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에 자주 들른다는 박모(29.회사원)씨는 "PC방은 청소년과 젊은층에게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지 오래인데 안전문제 등에 대한 당국의 대응은 거북처럼 느리다"고 꼬집었다. 서종진 행자부 재난관리과장은 "신생업종의 경우 주무부서가 명확하지 않고 시설물 안전관리 규정이 없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국무조정실에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