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傳秘方.密方 찾아 '한의사 중국行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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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비방을 찾아라"
이른바 가전비방이나 밀방을 발굴하기 위해 중국을 찾는 한의사.제약업계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2년 한중수교 직후만 하더라도 중국을 방문하는 한의사나 중국의학 유학생은 연간 2백여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5백명 이상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방을 내세운 '상업주의'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고 환자들에게도 "맹목적 과신은 금물"이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의학계=서울 강남의 K한의원은 중국 비방을 처방하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 한의원 K원장은 "한·중수교 이전부터 홍콩 등을 거쳐 가전비방을 찾아왔다"며 "전립선비대증 고지혈증 발기부전 불임증 비염 등에 특효가 있는 10여가지 중국 처방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질병으로 알려진 비염 축농증도 95% 이상 치료된다"며 "여러차례 중국의 비방 보유자를 찾아가 친교를 쌓고 공을 들인 끝에 얻은 비법"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학계에는 K원장 말고도 중국 비방으로 입소문이 난 곳이 많다.
대부분 아토피성피부염 알레르기성비염 당뇨병 발기부전 등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H동 K한의원,P동 N한의원,S동 S한의원,지방의 S한의원 등이 중국의 가전비방을 모방했거나 중국 문헌을 조사해 새롭게 처방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또 서울 Y동의 N한의원은 중국의 한방물리치료요법을 도입해 비만을 치료할 계획이다.
◇제약업계=광동제약의 '편자환'과 녹우제약의 바르는 무좀약 '치선액'이 중국비방을 본뜬 의약품의 시초다.
지난 98년에는 태평양제약의 조루증치료제 'SS크림',작년에는 유한양행의 골절치료제 '유한골접산'이 상품화됐다.
각각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에서 비방으로 내려온 것을 바탕으로 개발된 약이다.
하지만 비방을 사려다 사기를 당하는 등 부작용도 없지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는 8월부터 삼천당제약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간염치료제 'SCD-UKG'는 하얼빈에 사는 조선족으로부터 10만달러를 주고 사들인 비방.
중국에만 자생하며 암과 간염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백화사설초 및 중루근이 들어 있다.
이 회사 이정식 부사장은 "당초 조선족이 넘겨준 처방은 중국에서 시판되는 처방에 비해 서너가지 약재가 빠져 있었다"며 "분석 결과를 보여주며 따졌더니 그제서야 온전하게 처방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지나친 믿음은 곤란=중국을 오가며 3년째 베이징 중의대 의학원에서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유용구 성남 백암한의원 원장은 "정말 뛰어난 밀방은 직계 손이나 수제자에게만 전수돼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다"며 "국내에서 유통되는 비방은 중국 민간요법중에서 우수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강동철 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중국인들은 약효를 심하게 과장할 뿐 아니라 실제로 임상에 적용하면 유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도입할 가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박경수한의원 원장도 "국내에 없는 치료법이나 이론체계가 중국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수준은 우리 한의학이 앞선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