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 성장 3.8%로 하향조정] 불황 경고인가 안전 예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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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8%는 국내 연구기관들 중 가장 비관적인 수치다.
연말로 갈수록 경기가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3%대 성장률을 제시한 것만으로 적지 않은 충격이다.
한은은 성장률에선 정부(4∼5%)보다 낮게, 물가상승률(4.4%)에서는 정부(3%대)보다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경기 진단이나 금리인하 문제를 놓고 정부와 한바탕 논란이 재연될 여지를 남긴 셈이다.
◇ 전망 수정의 배경 =실물경제 둔화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하향 수정의 이유로 들었다.
수출이 계속 부진하고 3.4분기부터 호전이 기대됐던 미국 경제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국내경제 전망 수정과 더불어 미국의 성장률도 1.5%로 낮춰 잡았다.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와 유가 불안 등도 전망치를 대폭 낮춘 요인이다.
물가는 하반기 4.1%로 안정되더라도 상반기에 워낙 높아(4.7%) 억제목표(4% 이내) 달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3.4분기 3.0%의 저성장이 비교 시점인 작년과 재작년 3.4분기의 각각 9.2%와 12.8% 고성장에 따른 반사 효과라는 점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정명창 한은 조사국장은 "경제 흐름이 개선되는 추세이므로 체감 경기는 지표보다는 나을 것이며 4.4분기(5.1%)엔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제주체들의 혼선 =전철환 한은 총재는 지난달만 해도 하반기 경기회복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의 회복 지연이 가시화되자 전 총재는 '경기 낙관론'에서 '불확실론'으로 급선회했다.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추가적인 부양책을 쓰지 않아도 4%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크다.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로선 저성장에 적응해야 할지, 앞으로의 호전 예상에 맞춰야 할지 헷갈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축소지향형 흑자경제 =올해 경상수지 흑자전망은 1백3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수출 수입이 모두 감소해 쪼그라드는 흑자 구조다.
한은은 수출이 2.4분기 9.1%, 3.4분기 4.5% 각각 감소한 뒤 4.4분기에나 소폭(1.7%) 증가할 것으로 봤다.
수입도 2.4분기 12.8%, 3.4분기 3.7% 감소하고 4.4분기엔 6.9% 증가한다는 시나리오다.
연간으론 수출이 2.5%, 수입은 2.8% 감소한다는 것.
한은은 이와 함께 설비 투자에 관해서는 상반기 6.6% 줄고 하반기 6.1% 늘어 연간 0.5%의 감소를 점쳤다.
설비 투자는 작년에 34.3%나 급증해 성장을 견인했지만 올해는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민간 소비도 1.8%(작년 7.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작년 1.4분기부터 5분기째 줄어든 내구재 소비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전문가 시각 =김준일 KDI(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한은의 전망치가 의외로 낮은 것은 민간 소비를 2% 미만으로 낮게 잡은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KDI 전망(4.3%)과의 0.5%포인트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장은 "한은이 보수적으로 본 것 같다"면서 "하반기 미국경제 회복 가능성이 있어 4%대 성장 달성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형규.이방실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