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프로'로 성큼..게임후 평가회...대회 시야도 넓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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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세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매번 우승의 문턱에서 덜미를 잡혀 만년 2등에 머물던 선수들이 올들어 연거푸 라이벌들을 거꾸러뜨리며 왕좌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 "피파"와 "스타크래프트"게임에만 매달리던 선수들이 올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게임에 참가하는가 하면 대전후에는 게임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벌이는 등 프로게이머 세계가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올들어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삼성전자 칸 소속의 박윤서(20)선수와 게임아이 스틱스의 김가을(22)선수.
지난해 피파리그에서 KTF 매직엔스 소속의 이지훈 선수에게 4차례나 무릎을 끊었던 박 선수는 올 시즌 들어 이 선수를 2차례나 무너뜨리면 새롭게 왕좌에 올랐다.
박 선수는 시즌에 앞서 "지난해에는 유난히 프로리그와 인연이 없었지만 삼성전자 칸에서 활약하게 되는 이번 리그에는 반드시 설욕전을 펼쳐보이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게임아이 스틱스의 김가을 선수는 스타크래프트 여성부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이다.
"삼성디지털배 KIGL 2001" 대회는 지난해 상.하반기 시즌을 각각 제패했던 KTF매직엔스의 이은경 선수와 김인경 선수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예측을 보기좋게 일축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스타크래프트 남성부문에서 화제의 인물은 단연 아이디얼스페이스 소속의 임요환(20)선수.
지난해까지 리그전에선 단 한차례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임 선수는 지난해 12월 "삼성디지탈배 KIGL2000 왕중왕전"을 제패한 데 이어 올들어 벽안의 전사 기욤 패트리를 꺾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로 게이머들의 자세도 한결 진지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전을 마친 뒤에는 게임문화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국산게임을 연구하는 등 "프로"라는 인식이 각별해지고 있는 것.
KTB퓨처스 소속 선수들의 경우 매주 수요일 전 선수가 모여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최근에는 "리니지의 폭력성"이란 주제로 한바탕 논쟁을 치르기도 했다.
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중인 KTB퓨처스의 박윤정 선수는 "이런 토론을 통해 프로 게이머로서의 자질을 키우고 있다"며 "앞으로는 게임개발자와 기획자를 초청해 보다 심도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국산게임에 대한 분석도 빠뜨릴 수 없다.
최근에는 BCL(Best Clan League)이라는 길드대전을 통해 신작 국산게임들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국산 대작게임으로 리그전을 벌이는 것.
V나라의 유병준 선수는 "현재 나와있는 국산게임과 외국게임을 분석해 이를 개발사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이러한 변화를 두고 KIGL리그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동적이던 선수들이 프로게이머에 대한 청소년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게임마니아층이 두터워진 덕분에 예년과는 몰라볼 정도로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게이머는 지난 5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