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 '이유있는 회생' .. 워크아웃 극복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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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좋아지면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이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성공기업으로 꼽힌 벽산건설.
이 회사는 지난 98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2백44명의 직원이 명예퇴직했다.
당초 채권단과 맺은 목표 1백28명보다 50%가량 많은 수치다.
그만큼 회사살리기를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한 직원이 많았다는 얘기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상여금을 전액 반납해 떠나는 사람에게 나눠줬다.
회사가 다시 좋아지면 만나자는 말과 함께.
그 약속은 2년여만에 지켜지게 됐다.
이 회사 양형승 노조위원장은 "워크아웃 졸업권고를 받을 정도로 회사 사정이 좋아졌다"며 "과거 동료들을 다시 불러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벽산건설의 워크아웃 성공은 한마디로 "경영진의 사심없는 경영과 직원의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채권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란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 결과다.
◇노사화합에 따른 구조조정=벽산건설은 지난 98년 극심한 불황과 이에 따른 영업실적 악화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시 부채 규모는 8천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17개였던 계열사를 6개로 줄였다.
매각 대금은 전액 부채를 갚는 데 썼다.
직원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파는 데 앞장섰다.
노사분규 없이 회사 살리기에 서로간 힘을 보탰다.
임직원들은 원가절감 운동을 벌이면서 경영 정상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회사측도 퇴직자들을 위해 전직을 알선하는 등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노력했다.
대주주도 4.6대1의 감자(자본금 줄임)를 실시하고 자산매각 등을 하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단의 전폭적 지원=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등 채권단의 시기적절한 지원도 한몫을 했다.
벽산건설은 87억원의 부채를 출자로 전환받았고 1천4백12억원의 전환사채(CB) 인수 지원을 받았다.
또 건설업의 특성상 공사 수주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4백51억원을 긴급 지원받았고 기존 채무는 2002년 말까지 상환유예 조치됐다.
계열사간 서로 섰던 지급보증액도 면제받았다.
채권단에서 파견한 경영관리단은 시시각각 회사의 현금흐름 등을 파악해 신속한 지원을 해왔다.
이 회사 유세종 구조조정팀장은 "주관은행측에서 채권 회수보다 회사 입장을 반영한 지원책을 마련해 회사 경영이 급속히 정상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명경영 정착=이 회사는 성공 요인으로 '투명한 경영'을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하도급을 주거나 자재를 구매할 때 인터넷을 통해 경쟁 입찰을 실시한 점.
분양광고 대행사를 선정할 때도 공개 경쟁을 통해 업체를 선정했고 자금 사용은 은행 경영관리단과 상의해 집행했다.
자연히 불공정 관행이나 비자금 등이 사라졌고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또 월1회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 내용을 전직원에게 공개하는 투명 경영에도 힘을 쏟았다.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종업원의 이해를 구하고 힘을 모은 것이다.
김희철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정종득 사장의 리더십도 큰 몫을 차지했다.
유 팀장은 "워크아웃 2년만에 지난해 7백78억원의 경상이익을 내는 등 영업 실적이 호전됐다"며 "3자간 합심으로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