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성형수술 등으로 몸 가꾸기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아름답게 꾸미려는 자발적 개성표현이라기보다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관념과 소비자본주의에 의해 유발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인숙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사회학회가 주최하는 전기사회학대회(22~23일 전남대)에서 발표할 '한국 미용성형 산업의 팽창전략과 함의'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외모로 여성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몸을 상품화하는 소비자본주의,이에 편승한 미용성형 산업이 여성의 신체변형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씨는 먼저 "가부장적 사회분위기는 남녀의 차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강도 높게 여성의 몸을 변형시키도록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가부장적 사회가 정한 여성의 미적 기준과 외모중심주의 등이 여성에게 미용성형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미용성형 산업이 여성들의 성형을 부추긴다고 임씨는 설명한다. 지난 75년 22명이던 성형외과 전문의가 85년 1백64명,95년 5백56명,99년 8백47명으로 무려 37.5배나 증가한 것을 임씨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는 전체 전문의 증가율(6백30%)이나 내과 전문의 증가율(8백10%)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이들은 기형치료 차원의 수술보다 미용성형에 주력하면서 수요를 창출해왔다고 분석했다. 임씨는 소비자본주의의 대표적 수요 창출 방식인 광고도 미용성형 팽창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 여성월간지의 경우 지난 92년 7월호에선 미용성형 광고가 1개 뿐이었으나 올 1월호에는 25개로 늘었다. 또다른 여성월간지 올 1월호도 전체광고 3백30개의 18%인 59개가 미형성형외과 광고였다는 것. 임씨는 "여성의 가치를 외모에 근거해 평가하는 사회에서 몸은 여성의 자아정체감과 가치감을 형성하는 주 요소"라며 "아름다움의 산업화 및 의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여성들의 삶이 '나이프 스타일(knife style)'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