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면 대부분 집을 떠난다. 기숙사로 가거나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해 생활한다. 학교가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워낙 공부량이 많아 집에 왔다갔다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미국 부모들에겐 자녀들이 갑자기 떠나서 생기는 '빈둥지 신드롬'이라는 이름의 마음의 병까지 있다. 기자 옆집에 사는 중년 부부도 그동안 이 병을 앓아왔다. 하나뿐인 대학생 아들이 공부에 바빠 방학때나 잠깐씩 집에 들를 뿐이었다. 이 아들이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부의 빈둥지 신드롬은 저절로 나았겠지만 마음은 그리 편치 않은 눈치다. 아들이 대학졸업장만 가져왔을뿐 취업통지서는 받아오지 못한 탓이다. 이처럼 요즘 대학 졸업시즌을 맞아 집으로 돌아오는 졸업생 수가 부쩍 늘고 있다. 온라인 취업전문회사인 몬스터닷컴이 최근 대학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는 졸업후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비율이 66%를 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비율은 지난해 50% 안쪽이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올해 졸업생들은 10년만에 가장 어려운 취업관문을 뚫어야 한다는게 취업시장의 분위기다. 지난 가을 30년만에 최저인 3.9%를 기록했던 실업률이 최근 4.5%로 올라간 것도 부담이다. 게다가 올 졸업생들은 이미 졸업한 선배들과도 취업경쟁을 해야한다. 올해 해고된 65만명중 상당수는 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닷컴회사에 취직했던 실력있는 '취업재수생'들이다. 취업컨설팅회사인 챌린더 그레이&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저 사장은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집으로 돌아오는 졸업생이 기록적으로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통지서를 받을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졸업생들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몬스터닷컴의 설문조사결과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야망은 없다'는 항목에 응답한 비율이 지난해에는 1%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7%로 늘어났다. 창업회사에 도전하겠다는 비율도 26%에서 12%로 절반이하로 줄어들었음은 물론이다. 요즘 미국경제를 설명해주는 한 단면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