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들은 과연 어떤 그림을 수집할까. 20일부터 서울 관훈동 갤러리사비나에서 열리는 '평론가 K씨의 컬렉션 이야기'전은 미술평론가 김종근(45·홍익대 겸임교수)씨의 소장품 전시를 통해 그림에 대한 지식과 미술품 수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색 전시회다. 김씨는 스스로 '미술품 수집 중독증환자'라고 밝힐 정도로 무려 4백점이 넘는 작품을 갖고 있는 컬렉터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소장품중 피카소,샤갈,미로,만 레이,백남준,홍성담 등 국내외 유명작가의 판화 유화작 18점이 공개된다. 미술사적으로 의의가 있고 김씨가 구입하는 과정에서 사연이 있었던 작품들이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많은 작품을 모았을까. 프랑스 유학시절에는 무명 누드작품을 닥치는대로 구입했다고 한다. 귀국해 평론가로 활동할 때는 평론 수고비로 작품을 받았다. 이런 정도로는 성이 안 찼는지 김씨는 주머니에 돈이 있을 때면 무조건 작품을 사들였다. "소장품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벨기에 작가 브람 보가트가 제작한 '일요일'이란 제목의 멀티풀작입니다. 이 작품은 1년간 담배를 끊어 절약한 돈으로 구입했죠" 김씨는 부인 몰래 구입한 작품을 옆집에 맡겼다가 들통나 혼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비행기 표 살 돈으로 작품을 구입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산 때도 있었다. 한 번은 교직에 있던 부인 퇴직금을 몽땅 털어 작품을 사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광적인 취미 덕분에 그는 아직도 전세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김씨는 컬렉션에 실패한 컬렉터다. 자신이 몇 점이나 소장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도 그렇지만 구입 당시 그림 값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실패한 컬렉터가 들려주는 컬렉션 방법이기에 귀담아 들을만하다. 김씨는 우선 미술품 구입시 작가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화상의 의견을 반드시 고려하라고 한다. 둘째,작품 구입을 투자로 여기는 경우 작가의 작품관리를 철저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개성이 있고 믿을만한 화랑에서 구입하라고 충고한다. "수집품마다 사연이 담겨 있어 의미가 각별하지만 무엇보다 그림이란 제게 즐거움을 주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는 피붙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평론가로서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감동적인 그림을 소장함으로써 삶의 행복을 더 느꼈을지 모른다. 전시기간중 주2회(월·금) 김종근씨가 작품을 설명하고 컬렉션 방법에 대한 강의도 곁들인다. 7월 4일까지. (02)736-437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