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걷힌 뒤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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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목요일까지 프로그램 매물로 나오거나 롤오버로 해소돼야 할 4,740억원에 달하는 차익매수잔고에 대한 부담감이 투자자의 운신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뉴욕증시는 반도체 관련주의 실적 경고로 이틀째 조정을 거쳤지만 큰 폭 반등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주 후반 줄줄이 대기중인 주요 경제지표를 앞두고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지금까지의 지표가 경기회복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시 거센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원유가와 반도체값도 향후 경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날 원유가는 이라크의 수출중단 등 영향으로 사흘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메모리반도체 현물가는 바닥을 다졌는가 하면 또 내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12일 주가는 뚜렷한 관망속에 주도주 부재현상이 재연되며 이틀째 조정을 거쳤다. 이날 닛케이와 대만 증시도 하락 마감, 불안감을 공유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각각 3억2,000만주와 1조5,000억원에 그치며 전날보다 감소, 시장체력 약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량 5일 이동평균선은 지난 5일 이래 4억주 밑돌고 있고 이달들어 거래대금은 지난 8일을 제외하고 2조원에 못미쳤다.
그래도 600선은 아직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다는 기대감은 살아있다.
대신증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600선은 지난달 18일 이래 3주간 지지가 확인됐으며 이 지수대에서는 주가 변동폭이 좁아지며 투자심리 안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연구원은 "그러나 미 증시 불안감이 여전해 600선 근처에서의 전강후약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지수하락시 업종대표와 실적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로 매매에 임해야 한다"고 권했다.
고객예탁금이 이틀째 증가해 8.7조원대 올랐고 국고채 3년만기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내부 여건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
하이닉스 GDR에 대해 텍사스인스트루먼츠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고 GM의 대우차 인수제안서 제출도 임박해 있다.
◆ 매수차익 잔고 어떻게 해결되나= 전날 5,000계약 이상을 순매도하며 누적포지션을 정리한 외국인이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수 변동성이 크게 감소했지만 매수차익잔고가 신고분만 4,700억원대에 달해 상당한 부담으로 남아있다.
최근까지 통상 만기일 이전까지 프로그램 매물로 상당량이 해소된 뒤 만기일 당일엔 롤오버의 형태로 무난히 넘어갔었다.
그에 비해 이번에 만기일을 이틀밖에 앞두고 있지 않아 13일이나 만기일 당일 어느 정도 시장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욱제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선임연구원은 "시장전망이 불투명해 선물옵션 만기일까지 손놓고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전망이 호전되고 투자심리가 좋을 경우 대기매수가 받쳐주면서 급락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익거래잔고가 지난해 1월 최대 1조4,302억원에 달한 적도 있지만 이는 긍정적 시황에 기초했던 것이라고 할 때 현재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9월물이 6월물보다 고평가 상태라 롤오버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충격완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 나스닥 2,000선 지지력 테스트 = 톰슨 파이낸셜/퍼스트콜은 이번 분기 실적전망하향 업체수가 1,000개를 넘어 지난 분기 935개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 경기가 이번 분기에도 바닥을 쳤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나스닥지수는 2,2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텔실적 기대감으로 상승했지만 다음날 이어진 주니퍼네트웍스의 실적악화 전망에 하락했다. 그리곤 그리 알려지지 않은 반도체 관련 업체의 실적 경고에도 흔들리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2/4분기 경기악화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른 상태다.
게다가 이번 주 중반 이후 소매판매, 주간실업수당청구건,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지수 등이 대기하고 있어 나스닥지수의 하락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음주부터는 기업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나스닥 지수 변동성은 한동안 지속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나스닥지수가 실적 경고를 넘어서지 못할 경우 2,000선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경기회복 불투명 때문에 평상 6월 휴가철 이전에 나타나는 뉴욕증시 섬머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엔 그리 높지 않다"며 "오는 7월까지 모멘텀 부재가 이어지며 지지부진한 조정이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뮤추얼펀드의 절대 규모가 유지되고 있어 풍부한 유동성에 기초한 단기 랠리의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나스닥의 저변 유동성이 풍부해 실적 부담을 커버하며 급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반면 금리추가 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