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1:37
수정2006.04.01 21:40
'아(我) 필(必) 고(固)'
공자는 이 세가지를 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자신(我)의 이익을 앞세우며 반드시(必) 나의 주장이 옳다고 고집(固)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자의 가르침을 새삼 떠올리는 것은 연대파업을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이 세가지 잘못을 모두 저지르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시민들은 온 나라가 가뭄으로 목말라 하는 시점에 파업을 강행한데 대해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나(我)의 주장을 하더라도 시기를 살피는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이 '대승적 자세'에 입각,파업을 유보하고 농민 돕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면 추후 정당한 파업을 위한 훌륭한 투자가 되지 않았을까.
민주노총의 주장을 살펴보면 반드시(必) 내가 옳다는 오만마저 느껴진다.
시민들은 이번 파업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요구 외에 사립학교법과 언론개혁법의 국회통과,또는 대학생 시위에서나 등장할법한 MD(미사일방어체계)를 강요하는 미국 반대 등의 주장에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법 제정이나 MD는 국회와 외교분야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지 파업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결국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쟁의의 진정한 목적에서 벗어나 '정치색'을 띠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수많은 사업장을 내세워 연대파업에 나선 것은 세를 과시해 정부와 재계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노와 사가 힘을 합쳐도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갈지 자신할 수 없는 터에 민주노총의 이같은 막가파식 공세는 뜻있는 이들의 탄식만 자아낼 뿐이다.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고집(固)을 버리고 연대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항공사의 파업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주력부대'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국적기가 없는 국가 전체 입장에서 볼 때는 외화를 외국 항공사에 내주는 '해국(害國)행위'나 다름없다.
작은 고집을 버리고 큰 그림에서 판단하는 민주노총의 안목이 아쉬운 시점이다.
민주노총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되는가.
김도경 사회부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