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값 '사상 최저'] 반도체시장 판도재편 '급물살'..대책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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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메가 D램과 1백28메가 D램의 현물가격이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반도체 메이커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도체 메이커들은 현재의 가격으로는 고정비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2백56메가 D램의 조기 양산, 12인치 웨이퍼라인의 설치 등에 나섰다.
D램 반도체 시장을 차세대 제품 중심으로 서둘러 전환시킴과 동시에 개당 생산원가를 낮춰 불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차세대제품 양산 등에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략적 투자에 나설만한 기술과 자금의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반도체 메이커들의 서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도체 경기 침체가 세계 반도체 업계의 구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경우 2백56메가 D램의 조기 양산을 선언했다.
1백28메가를 뛰어넘는 주력 제품의 교체다.
독일 인피니언사도 64 및 1백28메가 D램에서 손을 떼는 대신 2백56메가 D램에 주력키로 했다.
일본 NEC도 해외 공장의 64메가 D램 생산을 중단, 히타치와의 합작사인 엘피다(Elpida)를 통해 2백56메가 및 램버스 D램에 집중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또 내년초 3백㎜ 웨이퍼 시험라인을 설치, 상업화에 나설 계획이어서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후발 업체들의 'D램 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인치 웨이퍼의 경우 1개 생산라인(팹.Fab)에 들어가는 투자비만 20억달러가 넘는다.
D램 상위 7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매출액이 1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업체는 극히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액 기준 8위 업체인 미쓰비시(9억8천만달러)를 비롯 후발 업체들은 D램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실제로 지난 96∼97년 28개에 달했던 D램 메이커는 현재 상위 7개사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후발 업체의 2백56메가 시장 진입은 불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위 업체들은 차세대 설비 도입과 함께 일반 D램 생산비중을 축소하고 수익성이 높은 램버스 D램과 DDR(Double Data Rate) SD램의 비중을 적극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현재 30% 수준인 램버스D램 DDR 플래시메모리 등의 생산비중을 연말까지 5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일본 도시바도 램버스 D램의 생산량을 월 2백50만개(1백28Mb 기준)에서 8백만개로 늘리기로 결정했으며 NEC는 월 2백만개에서 5백만개로 확대키로 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램버스 D램 생산을 준비중이다.
하이닉스는 또 그래픽 메모리용 세계 최고속 64메가 DDR SD램을 개발, 지난달부터 월 1백만개씩 생산하는 등 메모리 제품의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백56메가 D램이나 램버스 DDR의 공존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기업은 5∼6개에 불과하다"며 "이들 기업도 전략 제품을 선택, 집중할 가능성이 커 제품별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