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구원장이 정치적 압력설을 부인하면서 "연구자의 경제모델 타당성이 의문시 됐다"거나 "잘못된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오래전 한 유명한 수학자가 내로라 하는 경제학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자신이 만든 모델을 설명한 적이 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한 경제학자가 "당신 모델의 전제조건은 선형(linear)이라는건데 세상은 비선형(nonlinear)이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 순수한 수학자가 대답을 못하자 보다 못한 다른 경제학자가 일어나서 대신 답을 했다.
"선형이라고 생각하면 이 모델을 사용하고,아니라고 생각하면 사용치 않으면 될 게 아니냐"고.
하지만 이 수학자의 모델은 그 뒤 경제학이나 경영학의 각종 분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모델의 가정과 관련해서 한 유명한 경제학자는 이렇게도 말했다.
"설사 가정이 틀리다고 해도 그 모델의 결과가 의미하는 바가 있거나 정책적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라고.
경제학이든 경영학이든 모든 모델은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가정이 문제있다고 모델이 틀리다면 지금까지 틀리지 않은 경제 경영모델은 없다고 봐야 한다.
현실을 모두 반영한 모델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모델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다.
그래서 적어도 연구자라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모델의 가정만을 문제삼지는 않는다.
압력설을 떠나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번 조세연구원 보고서 파동은 씁쓸하기 그지 없다.
앞으로 20년 이후부터 실질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 설 것이라는 전제가 뭐 그리 잘못됐는지 모를 일이다.
정확히 어떻게 될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풍토에서는 정책연구가 발전할리 없고 정부의 정책 또한 발전할리가 없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변수가 많은 경제환경에서 여러가지 가정을 전제로 한 모델 연구를 활성화시켜도 될까 말까한 판국에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안현실 전문위원 경영과학박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