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이 심해 이웃을 잡아먹었다는 러시아인들의 기록이 있는가 하면,뉴질랜드 마오리족이나 아메리카 이로쿼이족은 적의 시체를 먹으면 용기와 힘을 얻게 된다고 믿어 사람을 잡아먹곤 했다.
영화에서도 종종 식인 장면이 등장하곤 한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는 소녀가 귀신으로 변해 어머니를 먹는 장면이 나오고,''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는 포악한 남편을 살해한 후 요리해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FBI 요원의 두개골을 열어 뇌를 요리한 후 본인에게 먹이는 부분으로 한니발의 잔인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니발은 스털링 요원(줄리언 무어 분)을 앞에 놓고 동료 요원의 뇌를 떼어내며 잘라낸 부분이 ''전전두엽 영역''이라는 설명까지 해주며 요리한다.
전전두엽을 잘라내자 FBI 요원은 앞에 앉아 있던 동료 스털링도 알아보지 못한 채 같은 단어를 중얼거리며 웃다 ''커피''라는 단어를 듣더니 커피가 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lobes)은 장기 기억이 아닌 단기 기억을 담당한다.
우리의 기억은 처음에 전전두엽을 통해 단기 기억으로 저장됐다가 자극이 되풀이되면 ''해마''라는 영역으로 정보가 전달되면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전전두엽이 도려내진 사람의 경우 커피처럼 익숙한 물건에 대한 기억이 손상되는게 아니라 방금 들은 말을 잊어버린다든지 방금 옮겨놓은 사물을 다시 찾는 것처럼 단기 기억이 손상되게 된다.
전전두엽은 단기 기억 외에도 인간의 가장 고등한 지적 활동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인간의 뇌가 원숭이의 뇌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 전전두엽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타인의 가장 지적인 영역인 전전두엽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지적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다운 발상이 아닌가 싶다.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