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이버 IR(Investor Relations.기업투자설명회)" 시대다.

초고속통신망 확산으로 웬만한 가정에서도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사이버공간이 기업들의 새로운 홍보마당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장.코스닥등록 기업과 제3시장 지정기업은 물론이고 신생업체들도 인터넷 홈페이지부터 만들어 홍보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사이버 IR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이버 공간이 주주나 고객에게 가까이 갈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라는 점 때문이다.

기존 대중매체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주주나 고객과의 관계를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다 밀접한 관계로 바꿀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의 힘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사이버 IR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순식간에 수천, 수만명에게 정보를 전달할수 있는 인터넷의 파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사이버 IR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IMF 한파 이후 투명경영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한 배경이다.

최근 몇년새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활성화로 주주들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면서 이른바 "주주 우선 경영"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인터파크의 이기형 사장은 "주주우선경영과 투명경영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회사와 주주들이 가능한한 모든 경영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사이버 IR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이버 IR가 기업의 투명경영과 주주우선경영 정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김창권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이 기업경영의 선진화에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한국경제신문사가 사이트 인기순위를 매기는 아르파넷(www.100hot.co.kr),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팍스넷(www.paxnet.co.kr)과 공동으로 "한경 사이버 IR 우수기업상"을 제정한 것은 이런 시대흐름을 반영, 사이버 IR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을 활용한 각 기업의 사이버 IR 내용을 평가, 우수기업을 발굴함으로써 사이버 IR를 통한 투명경영을 유도하고 투자자에게는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4월30일부터 5월4일까지 코스닥및 제3시장 등록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1차 평가에서는 하나로통신 국민카드 등 20개 업체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번 "한경 사이버 IR 우수기업상" 제정은 국내 기업들에 사이버 IR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버 IR가 활성화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도 상당수 기업들이 사이버 IR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컨설팅해 주는 웹 에이전시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정보통신업체들은 사이버 IR에 부쩍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일부 제조업체들이나 중소업체들은 단순히 홈페이지 운영에만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 IR 수준이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은 홈페이지에 상세한 재무정보는 물론 사업전망 등을 올려 주주들에게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기업들이 공식 발표한 자료는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뜬다.

이에비해 국내 대부분의 상장기업이나 코스닥등록업체들은 기껏해야 요약재무제표를 홈페이지에 올려 놓는데 그치는 실정이고 그나마 오래된 자료인 경우가 많다.

경영전략이나 사업전망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있는 언급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아르파넷의 김귀남 사장은 "상당수 기업들의 홈페이지는 단순한 홍보차원에서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일부 제조업체들의 경우 홈페이지를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수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인터넷 확산속도로 볼때 조만간 사이버 IR를 얼마나 잘하느냐 여부가 기업경영을 평가하는 한 잣대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