盡人事 待景氣
뉴욕 증시는 이날 금리인하 소식에 잠시 오름세를 띠었다가 이내 매물에 밀려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대만의 가권지수와 도쿄 닛케이지수는 1∼2% 떨어졌다.
국내 증시도 1% 남짓 동반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 등 주요 투자주체들의 시장참여가 뚝뚝 끊기며 체력 소진 징후를 나타냈다. 시세 연속성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차익실현에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물밑에서 진행돼 온 중소형 개별종목 중심의 순환매장세도 크게 위축됐다.
증시관계자들은 향후 지수가 뚜렷한 호재를 만나지 못할 경우 방향을 찾지 못한 채 540∼550을 저점으로 소폭 등락을 되풀이하며 소강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있다.
16일 종합주가지수는 지수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투기적 매매가 나타나자 장중 강보합권을 지키지 못하고 막판 570대 초까지 밀린 채 마감했다. 종합지수는 572.40에 마감, 전날보다 8.90포인트, 1.53% 내렸다. 코스닥지수는 1.36포인트, 1.67% 빠진 80.12로 거래를 마쳤다.
900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물에 밀려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대부분 막판 하락폭을 넓혔다. 은행과 증권주 대부분이 하락하고 대우자동차, 하이닉스, 현대투신 등 해외매각 재료 관련주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거래량은 거래소가 5억주 넘는 규모를 유지했지만 두 시장 모두 전날보다 줄었다. 고객예탁금은 나흘째 감소, 지난 15일 현재 8조8,000억원대로 줄었다.
◆ 새로운 재료 기대 = 지난 사흘간 증시를 떠받쳐온 주요한 국내 요인이 이날 모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전날 큰 폭 하락에 이어 7% 내렸고 대우차 매각재료로 나흘간 상한가 행진을 벌여온 대우자판과 쌍용차는 이날 각각 하한가와 12% 하락으로 돌아섰다. 정부의 비대칭적 규제방침 수혜를 보이던 하나로통신과 LG텔레콤은 전날에 이어 3.5~9% 내리며 약세를 이어갔다
전날 전종목 상승으로 새로운 주도주로의 부상 기대감을 모았던 은행주는 구조조정 기대주와 방향을 같이 했다. 장초반 미 금리인하 수혜기대감으로 상승출발했지만 한미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은행 업종지수는 3%이상 내렸다.
증권주도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나타냈다. 대우증권이 6.70% 하락한 것을 비롯해 LG투자증권 4.68%, 굿모닝증권 4.08%, 현대증권 7.49%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거래소에서 외국인의 매수세를 받은 포항제철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내렸다.
대신증권의 조용찬책임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유럽과 중국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증시참여가 미미한데다 연기금의 증시투입 시기가 다음달 말까지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증시로의 대폭적인 신규자금 유입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연구원은 "이같은 매수주체 실종에 따른 수급부족으로 최근 나타난 중소형 개별 종목장세가 흔들리고 있다"며 "수급이 충분하던 상황에선 악재를 넘어섰지만 이젠 호재를 제대로 반영할 여력도 부족한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LG투자증권의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최근 개별 종목장세가 이어진데는 소폭이나마 지수가 580선 위에서 상승세를 이어온 데 힘입은 것"이라며 "이제 지수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종목의 시세연속성이 단기성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 금리인하 5개월, 경기는 = FRB는 화요일 금리인하를 발표하며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연방기금선물과 과거 경기침체기의 통화정책 완화 행태로 미루어 금리인하 여지가 50bp는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연방기금금리를 3.50%까지 더 내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다음 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한달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비정례회의를 통한 기습적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경우, 추가 금리인하 재료는 별다른 모멘텀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금리인하가 과연 언제쯤 실물경제 부양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주 발표되는 지표로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 미 경기선행지수와 다음주 말 미국의 1/4분기 GDP성장률 잠정치 등이 주목되고 있다.
산업생산 감소, 고용지표 악화, 노동생산성하락 등에 이어 미국의 경기지표가 당분간 호전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주가는 좁은 폭에 갇혀 등락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4분기 미 GDP 성장률 예상치가 2.0%에 이르렀지만 오는 25일 나오는 수정잠정치가 1.5%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팀장은 "금리인하 효과가 가시화되는 징후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나스닥지수가 하락압력에 처해있으며 이와 함깨 국내증시의 단기랠리도 마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웬만한 재료가 다 공개된 상황이라 시장체력 약화가 당분간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가 550선을 저점으로한 제한된 운신폭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4분기 기업실적 추정치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호전추세가 확인될 경우 주가가 다시 상승 모멘텀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락팀장은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졌지만 예탁금 증가 및 주식형수익증권으로의 자금유입 등 국내 유동성이 견조하다"며 "주가 급락보다는 570~600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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