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도 영어공용화 문제가 제기돼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후나바시 요이치가 주장하는 영어공용화 요지는 이렇다.

일본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면서 영어를 제대로 못해 국제사회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으며,자존심이 상하는 일까지 빈번히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미래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각도에서 강변하고 있다.

몇년전 소설가 복거일씨가 주장했던 ''영어공용화 논쟁''의 재판을 보는 듯 하다.

자존심 강한 중국도 ''미친 영어(Crazy English)''의 창시자인 리양의 "영어를 몰라 나라를 부끄럽게 만들지 마라.바보 취급을 받을 것인가"라는 주장에 열광하고 있다.

아직 공용어 얘기까진 나오고 있지 않지만 영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와 여당이 제주도에 한해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와 같은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공용어가 채택되면 모든 공문은 한글과 영어로 병기된다.

거리의 표지판은 물론이고 가정에 보내지는 각종 행정안내 책자나 편지들도 영어표기를 같이 해야 한다.

영어공용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상당 수준 영어를 공부하고 미국 등지에서 몇년을 살아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기란 쉽지 않다.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이 실시되고 대학에서 영어강의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그 수업방식과 질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1백년이나 미국의 지배를 받았던 푸에르토리코가 1993년에야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필리핀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해서 세계화의 중심에 서 있지 않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일이다.

고궁이나 관광지의 안내설명 등 기본적인 것조차도 갖추지 못한 형편에서 영어공용화는 자칫 혼란만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언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필요에 의해 자발적이어야 한다는데 동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