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의 장편소설 ''악마의 시''(문학세계사)가 국내 처음으로 완역 출간됐다.

이 소설은 지난 88년 출간 직후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신성모독''이란 죄목으로 이슬람교신자들에게 루시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려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

루시디는 1998년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철회할 때까지 도피생활을 해왔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악마의 시는 인간을 제물로 삼은 악마의 실험을 현실과 환상,과거와 현재,선과 악을 넘나들며 펼쳐 보여준다.

영국해협 상공에서 점보기가 폭발하면서 두 사람이 바다로 뛰어내린다.

인도의 전설적 배우 지브릴 파리슈타와 천개의 목소리를 지닌 살라딘 참차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선과 악의 대표자로 시간과 공간의 얽힘속에서 최후의 대결로 치닫는다.

그 와중에 나비들로 몸을 감싼 채 기상천외한 순례를 떠나는 예언자,에베레스트 단독 등반을 재촉하는 유령에게 시달리는 여자,모래의 도시 자힐리아 출신으로 신의 시와 악마의 시가 뒤섞인 계시를 받는 예언자 마훈드 이야기 등이 삽입된다.

작가 루시디에게 살해지령을 내리게 한 ''이슬람교 모독''에 대한 내용도 있다.

예언자 무하마드의 예언을 불신하고 그의 열두명 아내를 창녀들에 비유한 대목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슬람교도의 성실성도 함께 보여줘 균형을 취한다.

전편에 흐르는 선악의 대결구도에서도 작가는 양자의 입장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선악은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며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일 뿐임을 독자들에게 일깨운다.

노벨상 수상작가 나딘 고디머는 "매혹적인 문체와 놀라운 인물묘사,''아라비안 나이트''같은 재미,뛰어난 철학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