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달이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조그만 선물을 준비하고 싶은 달이다.

가족들과 따뜻한 사랑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수록, 부모님과 은사에게 조그마한 정성이라도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사회의 정신적 뿌리는 한층 단단해진다.

대기업 중견간부인 김인철(45) 부장.

해마다 5월이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토,일요일을 제외하면 1주일에 5일을 바깥에서 저녁을 먹는 탓에 가족 얼굴을 볼 새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밤 늦게 마주치는 열두살짜리 아들에게 술 냄새만 풍긴게 못내 미안한 마음이다.

김 부장은 5일 하루만이라도 아들 딸과 함께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

마침 6일은 일요일이라 바닷가 호젓한 마을에 1박2일 여행을 하기로 했다.

5일 아침 일찍 떠나 오후에 도착, 갯벌에서 마음껏 조개 잡이를 할 작정이다.

잡은 조개로 찌개를 끓여놓고 밥상 머리에서 아이들의 불만을 들어볼 생각이다.

"제가 할 얘기가 뭐가 있겠어요. 애들한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게 없죠"

김 부장은 씁쓸히 웃는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오달수(35) 과장.

올해 네살짜리 아들 놈이 또박또박 말을 하기 시작, 너무나 귀엽다.

귀염둥이 아들을 데리고 5일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스럽다.

아내와 의논한 끝에 우선 놀이공원에 데려가기로 했다.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농원의 사자 호랑이들을 보여줄 생각이다.

눈이 휘둥그레질 아들 놈 얼굴이 벌써부터 눈에 선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에 있는 할인점 이마트에 들러 미니카를 사 줄 계획이다.

모 보험사 기획실의 강명석(38) 과장.

올해 어버이날은 예사롭지 않은 날이다.

건강하던 부모님들에게 병환이 생겨 움직임이 불편한게 마음 아프다.

8일 저녁엔 일찌감치 형님댁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볼 계획이다.

강 과장은 일단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실버용품 매장을 둘러본 다음 전신 안마기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모님의 완쾌를 비는 의미에서다.

시골에 있는 동생들에게도 짬을 내어 올라오라고 연락을 해놓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권인숙(37)씨.

초등학교 2학년, 5학년인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다.

해마다 그렇듯이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조금 고민스럽다.

더구나 올해는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로 이사를 와 이곳 분위기에도 낯설다.

고민끝에 결론을 내렸다.

우선 난초 기르기가 취미인 큰 아이 선생님에게는 우리나라산 "대국"을 선물하기로 했다.

스타일리스트인 작은 아이 담임 선생님에게는 꽃무늬가 새겨진 예쁜 스카프를 드리기로 했다.

34세의 노총각 김태호씨.

공기업 인사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아직 평생의 배우자를 구하지 못한 까닭이다.

김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는 TV홈쇼핑을 통해 부모님께 정성을 보내기로 했다.

사슴녹용을 원료로 한 건강식품을 8일날 고향집에 도착하도록 일찌감치 주문을 해놓았다.

선물 고르기가 만만찮은 5월.

고민스러운 만큼 행복은 두배가 된다.

선물을 주고 받는게 중요한건 아니다.

챙겨 준다는 생각이 들때 사람은 정을 느낀다.

대자대비한 부처가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석가탄신일은 지난 1일이었다.

4일뒤인 5일은 어린이날이다.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날, 21일 성년의날이 곧바로 이어진다.

여름을 방불케 하는 따사로운 햇살 만큼이나 훈훈한 5월이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