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후 5년째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32)씨는 지금 ''독립이민''형태로 캐나다 영주권을 따기 위해 대사관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영주권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이민갈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영주권을 획득한 상태에서 그때그때 여건을 봐가며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씨는 "언제라도 이민을 갈 수 있도록 ''보험''에 들어두자는 심정에서 영주권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김씨처럼 미리 영주권을 따두려는 독립이민 희망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29일 외교통상부 재외국민 이주과에 따르면 지난 99년 4천1백15명이던 독립이민자는 지난해 6천8백44명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아직 월별 대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올들어서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게 이민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보험성 이민 신청자''가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 업계관계자는 "투자이민 등과 달리 독립이민의 경우 4년제 대학 졸업자로 전공과 관계되는 직장에서 4년 이상 근무한 44세 이하면 누구나 자격을 주는 등 문호가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신청에 드는 제반 비용이 이주공사수수료 변호사수임료 등을 합해 7백만∼9백만원 수준이라는 점도 직장인들의 영주권 신청 러시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신세계이주공사 손연주 대리는 "지난해 말까지 하루 10통에 지나지 않던 독립이민 상담전화가 3개월전쯤부터는 30통 가량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고려이주공사 글로리아 김 이사도 "캐나다 독립이민 취급건수는 지난해 한달 평균 25건에서 올해는 40건 수준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캐나다 이민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고려이주공사 김 이사는 "영주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년에 6개월 이상 현지에 체류해야 하는 등 지켜야 할 사항이 많다"며 "영주권을 따낸 뒤에도 신경을 쓰지 않다가는 이민비용만 날릴 수 있으므로 꼭 가야겠다는 사람들만 신청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주공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막상 캐나다에 가면 단순 노무직을 제외하곤 할 일이 없다"며 "외국은 여기보다 낫겠지하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이민을 준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