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탐험가 섀클턴이 새로운 리더십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남극 탐험에 나섰다가 배가 난파당해 고립된 뒤에도 대원 27명을 기적적으로 구하고 6백37일만에 무사귀환시킨 인물.

요즘 미국과 유럽의 CEO들은 그의 탁월한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 등을 벤치마킹하느라 여념이 없다.

미 국방부에서도 간부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노하우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같은 섀클턴 신드롬은 경기 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들의 성공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데니스 퍼킨스 지음,최종옥 옮김,뜨인돌,1만2천원)은 그의 신화적인 얘기를 기업 생존과 경영자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브랜드포드대 교수이자 리더십컨설팅사 대표.

1914년 겨울 섀클턴이 이끄는 남극대륙 횡단 탐험대가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최초로 남극대륙을 육로로 횡단하고자 했다.

그러나 배가 난파되면서 곧 빙벽에 갇혔고 혹한에 떨며 식량과 보급품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팀원들이 보여준 행동은 놀라웠다.

펭귄을 잡아 굶주림을 달래고 동상으로 발이 썩어들어가는 중에도 희생정신으로 서로를 도왔다.

삶과 죽음의 순간이 교차되는 극한상황에서 이들을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서바이벌 리더십이었다.

이에 앞서 1913년 여름 스테팬슨의 캐나다 탐험대가 북극지역을 향해 돛을 올렸다.

이들도 똑같은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몇달만에 이기심과 탐욕으로 ''해적''이 돼버렸고 결국은 자멸하고 말았다.

원인은 리더십의 부재였다.

오늘날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이 두 사례의 교훈은 특별하다.

섀클턴 리더십의 위대성은 어디에 있는가.

그의 첫번째 전략은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말라.그리고 단기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여라''는 것이었다.

그는 비상식량을 구하기 위해 썰매와 구명보트를 끌고 얼음벌판을 가로지른다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과감히 모험을 감행했다.

두번째는 ''가시적이고 오래 기억될 상징과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라''였다.

난파됐을 때 그는 짐을 가볍게 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판단,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버리라고 명령하고 윗옷 안쪽의 귀중품을 눈 속에 던져버렸다.

다시 손을 넣어 금으로 된 담배 케이스를 찾아 땅에 버렸다.

이 극적인 제스처로 생존의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이밖에 ''갈등을 극복하라.분노를 억제하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불필요한 대립을 피하라''''축하할 일,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을 찾아라''는 지침이 적용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 마라.또 한번의 기회가 있다''였다.

좌절이야말로 모든 가능성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위의 10가지 전략을 기업 현실과 접목시켜 사례별로 설명한다.

인텔과 컨티넨탈 에어라인,닛산,유니시스,AT&T 등의 기사회생 드라마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