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고3 학력은 단군이래 최저 수준?''

83년생 돼지띠들의 마음이 무겁다.

불안의 핵심은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이들의 학력수준이 재수생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는 것.

이같은 얘기들이 언론이나 입시학원들을 통해 흘러나올 때마다 학생 본인은 물론 부모들도 가슴에 돌을 얹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더구나 자신들이 ''이해찬 1세대''라는데 생각이 미치면 더욱 화가 치민다고 한다.

''한과목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구호가 나오고 야간자율학습도 폐지되는 등 갑자기 교실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학습 손해를 봤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3 아들을 둔 서울 역삼동의 김금자(가명·43)씨는 "이번 고3은 오락가락하는 한국 교육정책의 대표적 피해자"라며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에 대해 울분을 느끼는게 나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원으로 향하는 재수생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연구실장은 "재수생의 경우 현 고3과는 2년동안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후배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재수생들의 부담은 예년보다 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3,정말 최저 수준인가=교육자원부의 홈페이지에서는 연일 재학생과 재수생들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하하하! 고3 후배들아,올해는 재수생의 해가 될 것이다"라는 어느 재수생의 글에 대해 "재수가 자랑이냐.우리도 야자(야간자율학습)하고 모의고사를 맘대로 쳤으면 공부 잘했을 거다"라는 재학생의 반박문이 꼬리를 문다.

이달 들어 교육부 사이버소리함에 게재된 6백여건의 글 가운데 80∼90%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처럼 현 고3의 학력은 정말 형편없는 수준일까.

아직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료가 공개된 적은 없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방증으로 볼 수 있는 몇가지 징후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는 최근 지난해 고3 학생에게 실시했던 모의고사를 현 고3에게 치르게 하고도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예년에 비해 성적 차이가 너무 심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달에 모의고사를 실시했던 서울시교육청 역시 당초 방침을 변경,성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일선 학원의 한 관계자는 "학력저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방의 고등학교 교사들까지 서울의 입시학원을 방문해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대체로 30∼40점 정도는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불안은 부작용 낳을 수도=고교 교사 및 학원강사들은 현재 고3 학력이 예년에 비해 다소 처진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과도하게 증폭된 측면 또한 없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개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학생과 재수생의 실력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경기고의 한 교사는 "원래 1학기중에는 재수생의 실력이 재학생을 훨씬 앞선다"며 "6월은 지나야 제대로 된 비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객관적인 실력비교를 위해 8월 이후 실시하는 모의고사 결과만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 1학년생들의 동요도 걱정거리로 제기되고 있다.

종로학원의 김용근 실장은 "입시 경쟁자인 재학생들의 실력이 모자란다는 얘기가 확산되면서 재도전을 꿈꾸는 대학 재학생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중간고사가 끝나는 다음달께 재학생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