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최대 호황을 누려온 컴퓨터네트워킹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가 실적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다.

시스코는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기업들의 정보기술(IT) 비용 축소 등으로 인해 실적이 급감,오는 28일로 끝나는 2001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67억달러)보다 30% 가량 줄어든 46억9천만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기업실적조사전문업체인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의 전망치인 59억5천만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시스코는 3분기의 주당 순이익도 ''아주 낮은 한자릿수 센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14센트,직전 분기에 19센트의 주당 순이익을 냈었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이날 발표문에서 "IT산업이 처한 비즈니스 환경이 지금보다 더 도전적인 때는 없었다"며 "특히 인터넷 장비시장의 감속이 전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를 비롯한 기업들의 수요 부진이다.

래리 카터 재무담당 최고임원(CFO)은 "지난 회계연도에는 기업들의 수요가 우리의 예상치를 훨씬 초과했었다"며 "이를 반영,올해 재고와 가동능력을 크게 늘렸으나 기업 수요가 크게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이번 분기에서 과잉 재고 처리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약 25억달러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코는 오는 7월말 끝나는 4분기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매출이 이번 분기에 비해 최대 10%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한국 대만 호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스코는 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의 일환으로 올해 모두 8천5백여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시스코 주가는 이날 4% 떨어진 17.20달러에 마감됐으며 실적 발표후 시간외거래에서 7% 넘게 추가 하락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