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나흘만에 하락하면서 힘없이 510선 아래로 흘러내렸다.

지난 금요일 미국 주식시장이 부활절 휴일에 들어간 뒤 이번주 초반 거래부진을 보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현실화된 셈이다.

거래대금은 1조원에도 못미치며 지난 1999년 2월 25일 이래 25개월여 기간 동안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시장이 열리지 않은 월요일 장에 거래가 부진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됐던 바였다"면서 "그러나 생각보다는 하락폭이 작지는 않았다는 점이 향후 장세를 대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 외국인 없는 맥빠진 장세 = 외국인들 없이는 국내 증시가 거래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유일한 매수주체인 외국인이 없는 장은 마치 ''불꺼진 항구''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은 지난 사흘간 5,000억원 가까운 순매수를 보인 것과는 달리 매매규모가 전체 700억원 가량으로 줄였고, 순매수 규모는 10억원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국내 투신, 증권 등 기관들도 매매규모를 대폭 줄이며 오후에는 거의 거래의욕을 상실했으며, 개인도 미국시장을 보고나서 하자는 듯이 관망세로 일관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지수관련 대형주가 맥없이 2∼3% 흘러내렸다.

아시아 주가 역시 시드니와 홍콩이 부활절 연휴로 열리지 않은 가운데 미국 시장을 보자는 심리로 약보합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일본 NKK와 가와사키 제철의 합병 소식으로 철강주가 강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첨단 기술주 등은 약세를 보이면서 1% 가량 떨어졌고, 대만 가권지수도 1% 정도 떨어졌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의 시장 참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수주체 부재의 전형적인 장세를 보여줬다"면서 "단기 상승으로 가격메리트도 없어져 맥빠진 장이었다"고 말했다.

◆ 미국 시장도 조정 예상 = 시장관계자들은 미국 주가의 급등과 외국인 매수세로 최근 사흘간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일단 기술적 반등으로 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첨단기술주가 대거 포진된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지난주 나흘간 상승하면서 주요지지선인 1,800선을 확보하고 2,000선을 바라보고 있지만 추세 전환을 논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나흘 급등 뒤 조정 가능성이 높고, 다우지수 역시 10,000대가 붕괴되며 이미 챠트가 망가진 상태다.

교보의 임송학 팀장은 "나스닥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고 2,100이나 2,200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흘간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을 떨치는 것이 1차적인 문제이며, 추가 상승을 하더라도 그 이후에도 맞고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제한적 반등장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일 반등하면 예외없이 하락조정돼 일단 꺾일 시점"이라며 "상승하더라도 강한 반등의 확률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KGI 조사부의 황상혁 선임연구원도 "나스닥이 1,800선을 확보해 심리적 부담은 줄었으나 2,000선을 돌파하더라도 돌파 이후 차익매물 부담이 있다"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하향 추세선의 상단에 걸쳐 있어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 = 지난주 미국의 경제지표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조기 금리인하의 기운이 감지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주 미국은 생산자물가는 하락한 반면 소매판매가 줄고 미시건대학 소비자신뢰지수는 낮아지고 실업률과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은 급증, 이같은 전망을 낳았다.

그러나 기업재고가 2년여만에 처음 줄고 주택경기가 아직 좋은 상황이다. 또 오는 17일 발표될 3월 산업생산이나 가동률 등이 여전히 부진하겠지만 지난 2월보다는 나아진 모습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뉴욕 주식시장이 지난주 기술주 중심으로 급등, 추가 금리인하를 주저케 하고 있다. 뉴욕증시가 뚜렷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않은 채 반등한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경우 주가를 더욱 부풀리게 된다. 이 때 하향압력이 촉발될 경우 증시는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칠 위험을 떠안게 된다.

대우의 조재훈 팀장은 "조기 금리인하 얘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인하가 급한 것이 아니라 이전의 금리인하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전격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교보의 임송학 팀장은 "금리인하보다 소비심리 악화나 소매판매 감소 등이 우선 증시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며 "올들어 기습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여서 기습적인 인하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 국내 주가 당분간 횡보 = 시장관계자들은 미국 시장이 당분간 기업실적에 따라 웃고 울겠지만 대체로 바닥권 논란 속에서 횡보 조정되는 국면을 거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도 급등락 장세보다는 횡보 조정 장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우의 이종우 팀장은 "미국 시장이 그래도 저점은 한번 찍은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그러나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을 진행하면 힘이 떨어지듯이 앞으로 당분간은 기술적 수준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합지수는 단기적으로 500선을 중심으로 480에서 520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2/4분기 전체적으로는 일시 450까지 밀릴 가능성을 두지만 600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의 임송학 팀장은 "국내 시장이 일단 520의 저항선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나스닥과 연동된 제한적 반등 장세에서 나스닥이 2,000선 돌파가 무산될 경우 490선까지 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의 조재훈 팀장은 "520∼530에 걸친 매물벽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면서 "490선의 반등을 염두에 두더라도 일시 500이 깨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 뒤 진폭을 줄여가면서 다음장을 대비하는 횡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