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 분당아름지점 신정진(39.여) 지점장의 "보물 1호"는 손때 묻은 4권의 노트다.

여기엔 그가 이제까지 관리해온 고객의 인적 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일종의 고객관리 대장인 셈.

"고객과 나눈 대화를 메모해 개인별 데이타베이스를 만듭니다. 새로 만난 고객은 복사해 놓은 주민등록증 사진을 연상하면서 기억합니다. 이렇게 하면 그 고객이 다시 올 땐 금방 친해질 수 있습니다"

그가 밝힌 고객관리 방식이자 지점 경영전략의 핵심 포인트다.

주택은행 분당아름지점은 지점장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 6명에 불과한 소형 점포다.

하지만 개점 3개월 만에 수신고 1백60억원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신 지점장의 노하우가 뒷받침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은행 여성지점장의 활약은 날로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 조흥 등 10개 시중은행에서 일선 점포장으로 일하는 여성은 현재 90여명.

은행마다 평균 1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파워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은행들이 올들어 가계부문 영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섬세함과 친화력을 갖춘 여성뱅커의 입지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서울은행 개포동지점은 유숭자 지점장을 포함해 7명의 직원이 모두 여성이다.

이른바 ''레이디 점포''.

주 고객이 주부라는 점에 착안한 이 점포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은행측은 평가하고 있다.

여성 지점장이 가장 많은 은행은 주택은행(15명)이다.

이 은행 대(對)고객 창구의 1번지격인 본점 개인영업부를 여성(전영희 부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주택은행 여성지점장중 6명은 4급 과장이다.

주택은행은 앞으로도 젊은 여성지점장을 대거 기용할 계획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뱅커의 꽃인 지점장까지 올라간 여성은 기본적으로 대학노트 2~3권 분량의 고객 관리대장을 갖고 있는게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여성뱅커의 파워는 일선점포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올 2월 서울은행은 4급과장인 신혜란(42)씨를 부장급이 맡던 업무지원팀장에 발탁했다.

제일은행도 "여성CEO전담 지점"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여성뱅커(이영남 지점장)을 기용했다.

여성에 대한 은행의 보수적인 시각을 허물고 여성 경제인에게 한발짝 다가서겠다는 발상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