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비관론은 수그러들고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악재는 무시하고 호재만 부각시키려는게 월가의 달라진 분위기다.

소매판매감소와 같은 악재도 호재로 해석될 정도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전과는 달리 투자자들이 주가상승 재료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말로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주가 바닥론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가 반등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기업실적악화및 경기감속이 지속되고 있어 주가는 언제라도 다시 급락세로 돌변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 달라진 증시 분위기 =악재만 강조하고 호재는 경시하던 과거 투자패턴이 지난 며칠간 월가에서 사라졌다.

그전에는 투자자들이 주식매도 재료만 찾았다.

호재는 철저히 무시했다.

지난달 28일 컨퍼런스보드(경기예측기관)의 3월 소비자경기신뢰도가 회복됐다는 소식에도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각각 5.6%와 1.6%씩 떨어졌다.

또 지난 2일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의 3월 지수가 올랐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주가는 빠졌다.

이 패턴이 최근 역전됐다.

지난 11일 미시건대학은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의 91.5에서 87.8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반도체업체들에 대한 투자등급상향 평가가 나왔다.

이때 투자자들은 악재(신뢰지수하락)는 무시하고 호재(투자등급상향)만 받아들였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3일째 오름세를 탔다.

이어 12일에는 3월 소매판매가 예상(0.1% 증가)과 달리 0.2% 줄었다는 정부발표가 나왔다.

실업수당청구건수가 지난주에 9천명이 늘었다는 발표도 있었다.

모두 증시악재들이었다.

그러나 이날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각각 3.29%와 1.13% 올랐다.

투자자들이 GE의 1분기 실적이 그런대로 괜찮다는 등의 일부 호재를 중시한 결과였다.

이와 함께 악재를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는 심리도 주가상승에 큰 몫을 했다.

소매판매감소와 실업수당청구건수 증가를 경기감속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기금리인하 가능성 고조라는 긍정적인 쪽으로 받아들였다.

◇ 전문가들의 장세 진단 =주가바닥론을 거론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기업실적악화 재료는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으며 더 이상 크게 나빠질게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투자자문업체인 홀랜드의 마이클 홀랜드 회장은 "적어도 나스닥시장에서 기업실적악화 재료는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앞으로 바닥다지기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프루덴셜증권의 애널리스트 바이런 피스코로스키는 "투자자들이 경기지표 악화를 조기 금리인하가능성 확대로 해석하는 등 주식을 사기위한 구실을 찾고 있다"며 지난달과 같은 주가폭락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닥론자들은 앞으로 다우지수는 10,000선, 나스닥지수는 1,900선 내외에서 바닥을 좀더 다진후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최근 장세를 기술적인 일시반등으로 보는 분석도 적지 않다.

기조가 상승세로 바뀌었다고 볼수 없고 바닥론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S&P 투자정책위원회는 12일 일일보고서에서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바닥장세가 2~3개월 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분기(1~3월)보다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 2분기(4~6월)의 기업실적발표가 본격화되는 오는 6~7월까지는 본격적인 회복장세가 펼쳐지기 힘들 것이라는게 일시 반등론자들의 장세진단이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