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을 증시에 투입한다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입니까. 신뢰가 약한 대책을 눈가림용으로 내놓으니 증시가 콧방귀를 뀌는 것이지요"

정부가 올해안에 6조8천억원의 연.기금을 증시에 투입키로 결정한 지난 10일.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이모(42)씨는 신랄하게 쏘아붙였다.

"누가봐도 재탕 삼탕인 증시안정대책을 내놓기 보다 차라리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정책당국간에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증시안정에 백번 낫지요"

실제로 그렇다.

정부가 최근 내놓고 있는 연.기금의 증시동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말에는 올 1.4분기까지 연.기금 3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8일엔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나서 "4대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중을 2~3년안에 20%(약 25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진념 경제부총리는 새해 업무를 증권 투신사 사장단과의 간담회로 시작했다.

지난 1월2일 열린 간담회에서 진 부총리는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한아름종금 CP(기업어음) 지급'' 등 큼직한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1월10일까지는 현대투신의 외자유치에 대해 입장을 밝힐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증시를 들뜨게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증시살리기 노력은 좀체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증시대책중 제때 실현된게 거의 없다.

지난 9일까지 투신사에 지급하겠다던 7천억원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11일 극적인 타결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국민.주택은행의 합병합의도 따지고 보면 12일 금감위의 청와대 업무보고를 위한 ''팔비틀기식 한건주의''란 혹평마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아무리 요란한 증시대책을 내놓아도 투자자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2월 불거졌던 ''금리 추가인하 논쟁''과 이달초 나타난 ''금리정책과 외환정책 논란''처럼 재경부와 한은의 주도권다툼이 재현되지나 않을까 하는 근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정부가 연기금을 증시에 투입하겠다는건 시장이 원하는 바를 헤아리지 못하는 과거의 반복''이라는 아시안월스트리트지의 지적을 곱씹어봐야 한다.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