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5일 외환시장 개입을 선언한 뒤 환율 급등세가 한결 수그러들었다.

"초동 진압"에는 성공한 형국이다.

원화환율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쳐온 엔화 환율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선 아직 원화의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한다.

원화환율에 대해서도 선뜻 전망을 못내린다.

◇ 한은의 기선 제압 =한은이 개입 의지를 밝혔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또 다른 형태의 구두개입이란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6일 5억달러 가량을 풀어놓자 인식이 달라졌다.

이번주들어 본격적인 종가 관리에 나서면서 외환시장은 등락폭이 미미한 ''눈치장세''로 돌변했다.

한은은 나흘간 9억∼10억달러 가량을 퍼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 환율은 한은 개입직전인 지난 4일 달러당 1천3백65원20전까지 치솟았으나 11일엔 1천3백20원선 밑으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 개입효과 논란 =시장에선 대체로 한은의 개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개입시기가 다소 늦었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원화 환율의 향후 방향에 대해 열쇠를 쥔 것은 여전히 엔화 동향이다.

엔화 환율이 다시 뛰어오를 경우 한은의 개입 효과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 언제까지 개입할까 =한은은 환율이 1천3백원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개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불안심리로 인해 정상적인 수급구조가 왜곡된 외환시장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하락 추세를 조성하면 그동안 달러를 사모은 사람(롱포지션)들이 손절매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의 추가개입 없이도 환율을 더 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에선 한은의 시장개입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