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자동차 수출을 늘리기위해서는 현지 메이커들의 대한 판매를 도와줘 통상마찰의 요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본 제휴를 맺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도 깔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약 60만대 정도를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이 정도는 팔아야 회사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기아와 현대차는 3월까지 미국시장에서 판매율 상승 1,2위를 기록 중이어서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국내 수입차 판매는 올해 8천대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한국 자동차의 이같은 미국내 판매 증가를 들어 한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미국차를 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연초부터 자동차 문제를 한·미 통상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각시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수입제한 조치 발동 가능성마저 내비치고 있다.
당초 현대차는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검토했으나 지금은 사실상 무기연기된 상태다.
따라서 현대차는 미국을 달래고 현지 시장에서의 이미지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차 수입 판매라는 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9년부터 96년까지 기아자동차가 포드의 세이블을 판매함으로써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방지했던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도 95,96년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격화되자 도요타 자동차가 GM 차(''시보레''디비전의 ''카발리에'')를 들여다 자사 판매망을 통해 판매한 적이 있다.
현대차가 크라이슬러 차를 1순위에 올려 놓은 것은 외제차 수입 판매가 비록 방어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긴 하지만 이를 계기로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또 미국에서 수입한 차를 택시로 이용하게 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실제 판매량보다 훨씬 큰 홍보효과를 내고 반대로 국내에선 ''현대자동차의 외제차 판매''에 대한 일반 고객들의 반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은 "7~9인승 밴을 수입해 택시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해 현대가 들여올 모델로는 크라이슬러의 캐러반,그랜드캐러반,보이저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