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분식회계 근절방안''은 그동안 우리 사회 고질병의 하나였던 부실회계 재발방지를 담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빈발했던 증상치료적이고 여론무마용 정책의 수준을 한단계 뛰어 넘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과거의 누적회계부실을 전기오류수정손익 등으로 공시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에 기업여신기준을 1년간 완화할 것을 권고하고 재무구조개선 약정상 산출하는 부채비율에 미달하더라도 제재유예를 권유하며,자산건전성 분류시에는 전기오류수정손실 등을 감안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등급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 조치를 취했다.

이것은 2001년 12월말 이전에 과거의 누적회계부실을 청소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면죄부를 주겠다는 정책의지의 표현으로서 우리나라의 기업회계가 거듭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점에 의의를 부여하고 싶다.

이밖에도 상장법인과 협회등록법인에 대해 내부회계통제제도를 강화하도록 한 조치,한국공인회계사회 내에 품질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방안, 우수회계법인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은 그동안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오던 방안들로서 우리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을 향상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뒤에 어렵사리 마련된 이번 대책이 고도의 전문성과 정교함이 요구되는 회계와 감사시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정책이 되어 과거의 정책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몇 틈새를 메워야 한다.

첫째, 외부감사인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인 독립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감사인은 피감사회사의 주식을 단 한주도 소유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

지금 입법예고돼 있는 대로 0.01%와 3천만원중 적은 금액의 주식을 소유하면 독립성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국제적 정합성 측면에서나 맞지 않는 어정쩡한 조항이다.

국제윤리규정이나 미국의 회계감사기준, SEC룰 모두 감사인은 피감사회사의 주식을 한주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피감사회사 외의 회사에 대한 주식투자는 물론 아무런 제약이 없다.

피감사회사의 내부정보에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외부감사인에게 그 회사에 대한 주식투자를 허용한다는 것은 법으로 외부감사인의 도덕적 해이를 권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둘째,지금의 외부감사 관련 법률체제는 감사인선임위원회 또는 감사위원회에 외부감사인의 선임과 해임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고 이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외부감사제도의 성패를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는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조항과 위원회의 기능을 규정하고 있을 뿐 위원들의 자격요건 전문성 독립성 윤리규정과 책임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우리나라의 많은 법률 규정과 같이 제도를 도입만 했을 뿐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법적 장치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상당한 숫자의 감사인선임위원회나 감사위원회가 전문성과 독립성이 결여돼 법률이 의도한 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표준규준과 관행의 정착을 위한 상세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셋째, 분식회계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추궁한다는 제목 하에 부실감사관련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의 제재보다 과징금부과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제재의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대목이 있다.

2000년 12월말의 결산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가 엄격해진 것은 대우그룹의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과 개인공인회계사들에 대한 제재가 전에 없이 가혹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 규정이 부실감사의 책임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 이로 인해 외부감사인, 특히 재무적으로 튼튼하고 보험의 보호를 받고 있는 대형 회계법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조장될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번 조치로 인해 지나치게 비대한 조사.감리기구가 출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iskim@kas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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