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소위 트리플 약세다.

당국은 진퇴양난 속수무책 상태다.

섣불리 경기를 살릴 수도, 그렇다고 물가와 금리를 희생할 수도 없어서다.

환율상승이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지금까지의 공식도 요즘은 들어맞지 않는다.

환율이 올라 수입물가만 부추기고 인플레 심리는 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엔화 약세에 충격받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와 금리 주가 역시 모두 약세다.

현대건설 사태와 수출 급감, 엔화 약세가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형국이다.

◇ 정부 개입 안하나 =재경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지난주부터 구두 개입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대외변수 악화에다 불안심리가 더해진 상황에서 더이상 방치할수 없어서다.

그러나 외환시장은 정부의 구두 개입에 벌써 면역이 된 상태다.

공기업이나 국책은행이 보유 달러화를 풀어 직접 개입하기 전에는 시장 상황을 돌려놓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는 일단 1천3백50원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개입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엔저 충격을 계속 따라가는 것이 문제다. 종합적인 수급조절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1천3백원선을 넘어선 다음부터는 당국이 계속 뒷걸음질 치며 밀리는 형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국의 환율 대책이 무대책에 가깝다고 내놓고 말하는 정도다.

엔화와 동남아 통화가 일제히 약세인 마당에 원화만 강세를 보이는 것도 난센스다.

◇ 금리도 급등 =국고채 금리는 환율에 동조해 움직이는 양상이다.

2일 있었던 3년만기 국고채 8천억원에 대한 입찰 과정과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날 입찰 물건은 6.60%에 낙찰됐지만 곧바로 6.70%에 매물로 쏟아졌다.

손해를 보더라도 손절매하겠다는 극도로 혼란한 시장분위기다.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한 금리 오름세도 진정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물가가 1.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4.2%나 올라 인플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시장 참가자들은 만장일치로 오는 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환율이 1백원 오르면 3개월 뒤 금리를 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당장 환율 및 금리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 위축이 심해질 수 있고 물가불안 속에 금리 인하는 더욱 어려워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 경제 악순환 우려 =환율이 올라봐야 23개월만에 감소세를 기록한 수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자 수입선에서 단가를 내려달라는 요구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최근 환율 상승으로 기존 수출계약분에선 재미를 봤지만 향후 수출에선 별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다.

경쟁 상대인 일본의 엔화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동남아 통화는 동반 약세여서 원화 약세로 그나마 현상유지가 가능한 수준이란 것이다.

반대로 수입업체들은 환율 상승으로 죽을 맛이다.

미국 일본 경기침체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데다 수입단가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설비투자용 자본재 수입이 타격받을 경우 경제는 악순환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