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업체의 투자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닷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투자는 사라진지 오래됐다.

수익모델을 "확실히" 갖춘 회사 중심으로 투자대상이 옮겨가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뭐니해도 유동성 때문이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투자주식의 매각을 제한한 로크업(lock-up)제도 등으로 인해 유동성 압박을 받게 되자 벤처캐피털들은 가급적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기업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은 작년중반까지만 해도 초기단계의 닷컴 기업들에 집중 투자했다.

그러나 시장여건이 바뀌면서 이들 기업들은 어느새 애물단지로 변했다.

그래서 요즘은 초기단계(start-up)가 아니라 확장(expansion)을 넘어 2차 확장단계(mezzanine)에 진입한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다시말해 코스닥 등록이 가시권안에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불행하게도 이런 기업들의 수는 많지 않은게 현실이어서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제한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벤처캐피털들은 또 장래가치보다는 현재의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벤처기업의 속성상 미래가치라는 개념자체가 워낙 불투명한 것인데다 미래가치를 내세우는 기업들의 수익력 검증이 쉽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벤처기업들이 보수적인 투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분야처럼 유행을 타고 있고 성장성이 유망해보이는 기업에 대해선 적극적인 투자자세를 취하고 있다.

바이오투자펀드 등이 잇따라 결성되고 있고 "JSA"등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벤처캐피털회사들의 2001년 투자계획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벤처캐피털들은 작년(1조6천9백70억원)과 비슷한 규모의 1조6천3백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53.4%는 정보통신,20.3%는 부품.소재,12.8%는 바이오 업체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의 경우는 <>정보통신 64% <>부품.소재 12.3% <>바이오 7.8% 등으로 투자포트폴리오가 구성됐었다.

벤처캐피털들은 또 유동성 부족을 감안,투자조합결성을 통해 투자자금의 60.3%를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증시침체와 맞물려 최근 펀드구성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같은 자금조달이 예정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