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과 2000년은 벤처기업에 있어 각각 천당과 지옥의 한해라고 할 만하다.

99년 초부터 불기 시작한 벤처 붐은 99년 말에 고점을 찍었다.

2000년엔 연초부터 거품론이 불거지더니 연말이 되자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투자자가 자취를 감춰 버렸다.

성진씨앤씨(대표 임병진)는 벤처 투자자의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든 지난해말 산은캐피탈로부터 15억원을 유치했다.

그것도 액면가(5백원)의 20배인 주당 1만원에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한국 벤처의 대명사인 새롬기술(액면가 5백원)의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쇼킹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성진씨앤씨가 이처럼 고가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은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설립된 성진씨앤씨는 99년 4월 "Hybrid MPEG/Wavelet 압축 알고리즘"으로 국산신기술(KT) 마크를 획득했다.

같은해 8월 개발한 "640x240 지원 DVR(디지털 비디오 레코더) 전용 동영상 압축 칩"은 정보통신 우수 신기술로 선정됐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보안전시회 ISC 엑스포에서 상업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진씨앤씨가 단기간에 이러한 성과를 낸 것은 성진씨앤씨의 CEO(최고경영자)인 임병진씨와 CTO(최고기술임원) 임인건씨가 모두 서울대학교 대학원 기계공학 박사출신인데다 성진씨앤씨의 연구개발 인력(61명)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러 가능했다고 성진씨앤씨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만 있다고 해서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유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성진씨앤씨가 디지털 특화기술을 바탕으로 생산해 내는 DVR DCR(디지털 녹취기) 각종 인터넷방송장비 등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게 산은캐피탈의 판단이었다.

산은캐피탈은 성진씨앤씨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DVR의 경우 기존 CCTV(폐쇄회로)가 DVR로 전환되는 추세여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CCTV업체인 바이콘사가 최근 성진씨앤씨로부터 DVR를 구매하겠다고 나선 것이 좋은 예다.

바이콘사는 당장 2백만달러 어치의 DVR 공급을 요청했으며 향후 1년여동안 수출규모가 1천5백만달러 어치가 될 것이란게 성진씨앤씨측의 추산이다.

임 대표는 "바이콘사와의 수출계약을 발판으로 올해부터 미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은캐피탈은 코스닥지수가 50선으로 곤두박질친 지난해말 성진씨앤씨의 시가총액을 아무리 적게 잡아도 5백억원은 된다고 자체 분석했다.

김환기 산은캐피탈 강남지점 벤처투자팀장은 "성진씨앤씨에 투자한 자금의 회수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께면 가능할 것이며 성진씨앤씨 투자로 인한 기대수익률은 최소 50% 수준"이라고 밝혔다.

(02)2007-6114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 이래서 투자했다 ]

1. 높은 성장성 =DVR(디지털 비디오 레코더)는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에 이어 향후 한국 벤처기업의 수출 주력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벤처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DVR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산은캐피탈은 특히 성진씨앤씨의 DVR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의 CCTV업체인 바이콘사가 성진씨앤씨 DVR를 대량 구매하겠다고 한 대목에서도 검증된다.

2. 투철한 벤처정신 =자체의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성진씨앤씨의 전략을 높이 살 만하다.

기술개발을 등한시한채 마케팅과 홍보에 의존해 성장하려는 일부 벤처기업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임병진 대표 자체가 엔지니어인데다 R&D에 전력투구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벤처기업가 정신을 읽을 수 있다.

김환기 < 산은캐피탈 강남지점 벤처투자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