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주총장에서 고액배당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과 회사측이 곳곳에서 격돌했다.

특히 전년 실적이 안좋은 회사들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부진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경영진을 몰아부쳤다.

한국전력의 주총에서는 전력자회사 분할에 반대하는 노조원들과 경찰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반면 고배당을 결정한 S-OIL등 일부 개시 30분만에 주총이 끝나는등 대조를 이뤘다.

<>.조광페인트의 경영권 장악을 노리고 있는 개인주주 연합은 회사측이 취한 주총 연기를 무시한 채 이날 부산 사상구 삼락동 조광페인트 본사 앞에서 단독 임시주총을 열고 자체 이사와 감사를 선임.

심종섭씨 등 44명으로 구성된 개인주주 연합은 이날 본사 진입을 시도했으나 회사측이 노조원과 지게차 등을 동원, 정문을 봉쇄하자 회사앞 공터에서 심씨를 임시의장으로 선임한 뒤 10시10분부터 30분간 주총을 강행.

주총에서는 재무제표승인의 건, 이사보수한도의 건등 통상적인 안건은 상정한지 않은 채 이사선임과 감사선임 등 2개 안건만 올려 개인주주 연합측이 자체 추천한 인사들을 경영진으로 선임.

개인주주연합측의 본사 진입과 관련,회사에 "작전세력 물러가라"는 플랭카드가 내걸리고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별다른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한편 개인주주 연합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아이앤에스 법률사무소의 조영길변호사는 "당초 예정된 주총 하루전에 주총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주총장을 봉쇄한 것은 엄연한 주주권 방해 행위"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민.형사상의 법률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언성.


<>.외국인이 고배당을 요구해 관심을 모은 태광산업의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서를 낸 리처드 로렌스 오버룩인베스트먼트 사장은 주총내내 열변을 토하며 계열사인 흥국생명에 대한 태광산업의 편법지원 의혹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

그는 "어려운 시기에 놀라울 만한 사업실적을 올린 태광의 임직원들에게 우선 고맙게 생각한다"고 치하한 뒤 "높은 수익에 비해 주주들의 배당엔 너무 인색했다"고 강도 높게 질책.

참여연대의 김주영 변호사도 주총내내 로렌스 사장의 발언을 통역하면서 "로렌스 사장의 변호사로서는 물론 1백여명이 넘는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의 신분으로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불과 2~3일동안 1백여장이 넘는 위임장이 전달돼와 사실 내 스스로도 놀랬다"고 소감을 피력.

고배당 안건이 대주주와 소액주주간의 표대결 구도에 이르자 한 투자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요구를 이렇게 무시해도 되냐"며 "자칫하면 이번 주총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외국인에 합세.다른 소액주주들도 "왜 주주들을 적으로 만드느냐" "우리를 배타적으로 대하지 마라" "우리는 한배를 탄 한 식구들이다"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자"면서 회사측의 성의표시를 촉구.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도 배당률을 놓고 회사측과 주주 사이에 뜨거운 설전.

서동식 우리사주조합장은 "증자에 참여할 당시와 현재의 주가차이로 인해 우리사주를 인수한 임직원이 커다란 손해를 보고 있다"며 "회사에서 보상해줄 의향이 없느냐"고 질의.

주총의장을 맡은 이계안 사장은 이에 대해 "액면가 기준으로 배당률은 12%에 불과하지만 시가를 기준으로 한 배당률은 4.9%로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설명.

이 사장은 또 "우리사주 인수는 사원들이 결정한 것이므로 회사가 손실을 보상해 줄수는 없고 다만 주가 상승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라고 답변.

한편 이날 주총장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파견한 비상임 이사인 토마스 시들릭씨가 참석해 눈길.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