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 악재가 증시를 뒤흔들어 종합지수를 연초 수준인 520대로 되돌려놓았다. 코스닥지수도 심리적 지지선이던 70선을 내줬다.

13일 종합지수는 나스닥 2,000붕괴, 닛케이지수 폭락,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불안 등 해외 악재 속에 속락하며 출발했다.

지수가 20포인트 이상 하락하자 연기금으로 추정되는 투신권 자금이 유입되고 저가매수주문이 이어지면서 520선을 지켜냈지만 지수의 방향을 돌리진 못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527.97을 기록, 전날보다 17.08포인트, 3.13% 내렸고, 주가지수선물 6월물은 1.60포인트, 2.37% 하락한 65.80을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76포인트, 5.20% 떨어진 68.57을 기록했고 코스닥선물 6월물은 77.80에 머물며 0.70포인트 내렸다.

종합지수가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가격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저가매수세가 형성됐지만 경기하락에 대한 우려와 해외증시 불안으로 반등은 일부종목에 한정됐다.

외국인이 올들어 최대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날 외국인은 은행, 증권 등 금융주를 중심으로 1,51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520선 근접시마다 저가매수에 나서며 807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도 292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해외증시 동반하락으로 국내 주식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졌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 "외국인이 세계적으로 주식비중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하루이틀 매도규모가 늘어난 것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등할 필요는 없다"며 "일정부분 비중 축소가 이뤄지면 매도세는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은행주에 이어 증권주가 10.43% 폭락하며 지수하락을 주도한 가운데 전업종이 비교적 큰 폭 내렸다. 삼성전자, 한국통신공사, 포항제철 등 지수관련대형주가 일제히 약세를 기록하며 지수하락을 주도했다. 금융지원 방안 확정으로 전날 강세를 보였던 현대그룹주는 현대전자, 건설, 상선 등이 10% 이상 하락했다.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며 롯데칠성, 하이트, 농심, 롯데제과 등이 강세를 보였다. 리비아공사 수행을 결정한 대항통운이 장막판 상한가를 기록했고 레이디가 액면병합을 재료로 나흘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간 것을 비롯 우성식품, 세계물산 등 일부 관리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상한가 20개포함 114종목이 오른 반면 하한가 30개 포함 731종목이 내려 약세장임을 입증했다. 하락종목이 700개를 넘어서기는 지난해 7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대우증권 이 팀장은 "나스닥을 비롯한 해외 주가 충격에 외국인이 주식보유비중을 급격히 축소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냈다"며 "상승시 선도에 나섰던 은행, 증권 등 금융주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어 내림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0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하겠지만 나스닥지수가 하방경직성을 확보하기전까진 지지선 설정은 의미가 없으므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신한의 강 연구원은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유인이 없어 반등하더라도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며 "연초 갭을 채운만큼 520선이 1차 지지선으로 작용하겠지만 심리적으로 500선이 강력한 지지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사흘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며 7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장 초반 67.73까지 밀리며 폭락세로 시작한 코스닥시장은 장중 한때 개인의 저가매수세가 살아나면서 70.78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는 다시 흘러내렸다.

개장 내내 뚜렷한 매수주체가 나타나지 않은데다 미 나스닥선물 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과 기관의 사자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주성엔지니어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종목 20위 전종목이 모두 떨어졌다.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 LG텔레콤 등 대형통신주는 외국인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음,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은 장중 한때 상승반전하기도 했지만 뒷심이 달렸다.

막판 개인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하락종목이 크게 늘었다. 하한가 91개를 포함해 621개 종목이 하락했다. 546개 종목이 하락했던 지난 해 9월 18일 이후 가장 많은 종목이 떨어졌다. 상한가 12개를 포함해 상승종목은 68개에 불과했다.

전업종이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제조업과 벤처업, 기타가 5% 이상의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63억원, 9억원 순매수를 보였으며 외국인은 79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삼성증권 강관우 연구위원은 "뚜렷한 매수세력이 등장하지 않아 약세장이 지속됐다"면서 "당분간 65~70을 박스권으로 하락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임영준·유용석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