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주가하락의 홍수는 밀어닥쳤고 수많은 선박(기업)들이 여지없이 침몰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미국 주식시장에 전격적으로 도입된 기업정보 공정공개(FD) 규칙은 이 침몰을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모든 기업들은 이 규칙에 따라 분기별 결산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올 1.4분기(1∼3월)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기업만 해도 5백50개를 넘는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약 5배나 많은 수치다.

발표기업 가운데 3분의 2이상인 3백70여개 기업이 적자를 예상했다.

투자자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 셈이다.

적자를 전망한 기업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7배를 넘는다.

전통적으로 적자 전망치를 발표한 기업의 비율은 평균 56%였다.

기업들의 암울한 실적경고는 물론 미국증시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과연 기업의 적자 전망이 주가 하락의 규모와 속도를 어느 정도까지 증폭시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페코 포트폴리오사의 펀드매니저인 톰 매과이어는 현재 주식 시장이 하강기류를 타게 한 최대 요인으로 ''경기침체''를 꼽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실적부진 발표는 주시시장의 하강 기류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노텔 네트웍스의 경우 지난달 공개한 1.4분기 실적부진 전망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통신장비업체인 이 회사는 주당 4센트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발표했고 주가는 발표 당일에만 30%이상 폭락했다.

노텔은 지난해에는 16센트의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었다.

문제는 노텔이 이전의 관행대로 특정의 애널리스트및 기관투자가들만을 통해 이같은 정보를 흘렸다면 30%나 주가가 폭락했을까 하는 점이다.

내용이 좀 완화되고 희석돼 주가가 이보다는 덜 떨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것은 분명 정보 공정공개의 긍정적 측면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노텔의 이같은 주가하락이 공정공개와 별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2년여전부터 하루에 15%이상 변동을 보이는 주식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증시에서 정보민감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정공개 규칙이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월가의 애널리스트들과 상장기업간의 정보 뒷거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분석가들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일반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만큼 고급 정보의 획득이 가능해 실제 수익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이런 기대는 일부분만이 현실화됐다.

공정공개 규칙은 확실히 상장기업들이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절대량을 줄게 만들었다.

기업이 원치 않는, 그러나 투자자들은 필요한 정보가 자꾸 감춰지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미국 투자관계연구소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의 24%가 새 규칙이 도입되기 이전에 비해 정보공개를 더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업들의 정보공개가 정말 투자자들에게 투자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좋은 정보는 부풀리고 나쁜 정보는 감추게 됨으로써 정보가 투자판단의 핵심지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공개정보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제한된 실적공개는 투자자들에게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애널리스트들도 새 공개규칙에 따라 발표되고 있는 기업뉴스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정리=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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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의 자매지인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Investors Wonder Whether New Rule Is Punishing Stocks''라는 최근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